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브엔소닉 May 21. 2020

소설가, 요리책에 속은 이야기

#반페이지 리뷰_<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다산책방


요리책을 사는 일이 적어졌다. 유튜브가 바꿔나가는 또 하나의 풍경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엄마가 보던 요리책에는 맛있는 요리 사진과 이해할 수 없는 계량 단위들, 그리고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명령법 설명이 가득했다. 슈퍼에도 시장에도 팔지 않는 재료도 많았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레시피에 속아 본 소비자를 위한 속풀이 책이다. 


주스를 쏟아도 젖지 않는 재질로 만든 <주스>라는 요리책을 샀는데, 집에 와보니 '주스기'없이는 단 한잔의 주스도 만들 수 없다. 주스기를 사야 해서, 수표를 보내고 주스기를 주문했는데, 주스기 회사가 '신뢰할 수 없는 회사'라서 물건을 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신용카드로 계산했다면 좋았을 것이라 조언했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들이 무게감 있는 소재들로 이루어진 데 반해, 실소와 함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요리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과 '요리책'이라는 지나간 소재로서 한 평생을 돌아보며 한 권의 책을 만든 그의 소설가적 시각이 존경스럽다. 


스마트 기기들이 바꾸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종잡을 수 없다. 나도 언젠가는 '또 이따위 oo이라니'라는 불평으로 책을 쓰는 골방 인간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거봐, 너도 내 나이 돼봐'라고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 책을 썼을 줄리언 반스의 유머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볍게 나누는 반페이지 리뷰> 시리즈

책, 전시, 공연, 음악, 음반에 대한 반 페이지 리뷰입니다. 

'일상'을 '한 단계 높여주는' 문화 이야기입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연락: thauma77@gmail.c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