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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 그리고 숲 Aug 13. 2022

일단 쓰자

나는 보통 어떨 때 글을 쓰나?

 요리사들이 집에 가면 부엌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처럼, 나는 글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정작 내 글을 쓰는 시간은 몇 없는 것 같다. 내 하루의 7할 이상은 사색이기 때문에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는 많지만, 부지런하지 못해서 그 생각을 말로 읊조리고 말 때가 대부분이다. 가끔 브런치에 접속해 글을 쓸 때가 있는데, 고백하자면 우울하거나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다. 그러고 보면 나는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글로 내 마음을 정돈하고 싶어 하는 편에 가까운 것 같다. 하긴... 대부분 그런 마음으로 종이를 끄적이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려나?


 그래서 여기에 적어내는 글의 주제는 당시 내 마음일 때가 많은데, 그러니 글이 늘 비슷한 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좋은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니까, 꼭 심오한 마음을 갖고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써봐야겠다. 매일매일. 그리고 또 하나, 국어사전을 사 볼 참이다. 마치 책을 펼쳐 그날의 운세를 점치듯이, 무심결에 편 사전 페이지에 있는 단어로 글을 쓰면 더욱 다양한 표현과 글이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하는 일의 근원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정체성과 표현이다. 중학생 때는 패션모델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 때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꽤 오래 패션 공부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글을 쓰며 살고 있지만 사실 글은 늘 내 가까이에 있었다. 20대 초반에 열심히 하던 페이스북만 들어가도 '나만 보기' 기능으로 토해낸 그때 감정들이 빼곡하기 때문이다. 패션 공부를 할 때도 나는 멋진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 사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접게 된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열정이 식었다고 하는 편에 더 가깝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표현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정제하고 싶다. 지금도 어리숙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고, 조심하려고 해도 종종 실수를 하지만 누구보다 표현하길 좋아하는 내가 가끔 말을 삼키는 이유는 그 또한 더 좋은 표현을 위해서다. (누군가는 그게 말을 아낀 거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솔직히 나는 글 쓰는 양에 비해 읽는 활자는 많지 않다. 어떠한 것을 시작하기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수많은 학습 그러니까 소위 말해 꾸준한 '눈팅'이 필요한 법인데 나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데, 좋은 글쟁이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다가도, 남의 노래를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가 노래를 잘한다거나 본인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나 생각하며 위안하기도 한다.


 '좋은 글쟁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정정하자면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보다는 좀 더 명확하게 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한 글을 쓰고 싶다. 거기에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있으면 더욱 행복하고. 표현의 수단으로 글을 쓰던 나였기에, 늘 폐쇄된 공간에 글을 적어두다가 어느 순간 읽히는 글이 가지는 매력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후 이러한 플랫폼을 빌려 흔적을 남기는 것도 나름 큰 변화다. 사실 누가 읽든, 안 읽든 큰 상관은 없다. 오히려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을, 찰나의 감정을 잃을까 그게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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