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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는 아닙니다만,

2부 2장_그것까지 할 수 있겠어?

by 책 읽는 엄마 화영

"어때요? 일하기 괜찮죠?"라고 주무관이 내게 말을 걸었다.

첫날 출근.

주말이라 이용자가 적어서인지 그동안 봉사활동 경력이 빛을 보는 건지

적성에 잘 맞는다 생각되었다.

아주 오래전 서비스직에 몸담아서인지 이용자들 대하는 것에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마냥 도서관이 좋았다.

다시 취직을 한다는 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에 지원해 보자 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부분도 있다.

엄마가 일하는 곳이 도서관이라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했다.

주무관에게 업무를 배우고, 이해하고 직접 해본다.

"이해력이 빠른데요?"라고 칭찬이 돌아온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의 경력단절이 걱정되었는데 그 한마디에 기뻤다.

혹시나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눈 녹듯 사르르 사라진다.

그 기쁨과 함께 새로운 사실도 알려주신다.

"임기제 공무원이라고 알아요? 경쟁률 높긴 하지만 잘 할 거 같은데~"

그게 뭐지?? 공무원은 공무원인 것 같은데 임기제라...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게 쉽게 설명하자면 계약직 같은 공무원이더라.

사서 자격증과 함께 도서관 경력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사서 임기제 공무원.

하지만 나에겐 사서 자격증이 없었다.

막무가내로 지원해 경력이라곤 하나도 없이 기적처럼 뽑힌 기간제 근로자였다.

하루 일했는데 재밌다.

10년 만의 사회생활이라 그런가, 도서관이 좋다.

계속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것도 일과 육아의 병행이라.

단순하게 취미생활을 하며 민간자격증을 따겠다고 돈을 써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국가자격증 같은 건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용기를 내볼까 한다.

첫 직장 다닐 시절, 딸이 문헌정보학과에 합격했다고 등록금 고지서를 들고 찾아왔던 고객이 생각난다.

속으로 좋겠다 싶은 생각과 나도 다니고 싶던 곳인데라는 생각이 겹쳤다.

하지만 '졸업 잘하고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는데 또 공부를?'이라는 생각과 '등록금이 만만치 않은데...'라는 생각에 접어두었던 꿈이었다.

20년이 지나 대리만족으로 시작했던 도서관 봉사활동을 지나 기간제근로자가 되었다.

비록 사서는 아니지만.

이제 정말 사서가 되어볼까라는 꿈을 가지게 된다.

"오빠, 나 학점은행제 등록할래!!!"라고 인터넷을 찾아본다.

그렇게 난 또 일을 벌여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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