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7
배가 아프다는 말에 "화장실은 갔어?"라고 내뱉는다.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저녁을 함께 하지 못함을 위로하기 위해 아침마다 옆에 누워 1-20분가량 살을 비벼댄다.
그게 너와 나의 아침 의식이 되어버렸다.
너도 나도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 잔소리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시작한 선택이다.
씻지도 못하고 너를 등원시킬지라도
옆에 누워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하며 따듯하게 시작하는 아침.
"엄마가 이렇게 옆에 누워있는 게 좋아~."라고 표현하는 아이.
그 시간을 위해 내 꼬라지를 포기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먹고 등원가방 준비해 주고 양치하고 옷 입고...
알람을 맞춰놓고 준비하나 그 시간에 나가본 적이 없는 우리들.
그래도 이제 빨리하라고 소리 지르지 않기로 했다.
첫째는 지각할까 안절부절이지만.
학교 시간에 맞춰 첫째를 내려주고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
분명 방금 전까지 기분 좋게 언니랑 하하 호호 떠들고 웃느라 바빴는데...
배가 아프단다.
"화장실 갔어? 어제저녁에 뭐 먹었어?"
어제저녁에 먹은 아이스크림과 이불을 덮지 않고 자는 아이는
너무 자주 배가 아프다.
병원 갈 정도는 아니고 잠시 쉬거나 온찜질하면 될 정도의 아픔.
아이들 컨디션에 따라 종종 어린이집을 쉬기도,
COVID-19 시절 몇 달간 내리 가정보육도 해보았다.
2025년 2월 1일 취업을 시작한 뒤로는 가정보육을 할 수가 없다.
일을 시작한 뒤로 배 아픔이 잦아졌다.
전업하며 아이를 돌볼 때는 저녁도 일찍 먹이고 10시 전에는 꼭 재우려 노력했지만,
일을 시작한 뒤로는 쉽지 않다.
아이들의 하교와 하원도 늦어지다 보니 저녁 먹는 시간도 늦어지고 모든 게 늦어진다.
피곤해서 그런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엄살처럼 느껴진다.
아이의 컨디션보다는 유치원 가기 싫어서 저러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못난 엄마다.
조금만 아파도 눈물 먼저 흘리는 아이.
어디에 다리를 살짝 부딪혀도 절름발로 걸어 다니며 우는 아이.
이게 이렇게 울 정도의 일인가 싶다 나는.
둘째라 그런가? 감정적으로 예민해서 그런 걸까?
모르겠다 이 아이를...
언니 내려주고 유치원 가는 길에 몇 번을 배 아프다는 아이를 꾸역꾸역 유치원에 보냈다.
나는 출근을 해야 하니까... 연가를 쓰기는 좀 아깝다.
하루는 집에서부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배가 아프다고 운다.
차마 끌고 나갈 수가 없었다.
조금 늦게 보낼 생각에 언니 데려다주고 올 테니 누워있으라 했다.
초등학교까지 왕복하는 20분 사이 잠들어 버린 너.
결국 옆에 누워 같이 눈감아 본다.
나도 같이 자버린 30분. 유치원 보낼 시간이 늦었다.
이왕 늦은 거 좀 더 재워볼까 싶다.
친정집에 데려다 놓고 출근해야 하나,
데리고 출근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수많은 고민을 한다.
내리 3시간을 자버린 너는 친정집에 데려다줄 시간도 되지 않는다.
결국 회사에 데리고 출근하기로 한다.
다행히 도서관 근무라 아이도 이용자이기에 방학 때 첫째를 데리고 가끔 출근하곤 했다.
그걸 알아버려서인지, 아니면 엄마랑 더 붙어있고 싶어서인지
가는 내내 보조개가 움푹 파이도록 신나게 미소 짓고 있는 널 보니
미안함이 가득하다.
한글도 모르는 널 어린이자료실에 두고 종합자료실에 근무한다.
마음은 불안불안, 어린이자료실 선생님께 브라우니를 뇌물 아닌 뇌물로 드리며 작은아이를 부탁해 본다.
도서관 짬밥이 나름 오래된 너는 고사리손으로 본인의 취향에 맞게 책을 척척 찾아내 대출도 한다.
조그마한 몸으로 무거운 책들을 들고 엄마가 있는 2층으로 잘도 올라온다.
마냥 어리게만 대하고 느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
엄마가 해준 거에 비해 혼자 잘 자란 느낌이다.
아직은 어린 7살.
엄마의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
둘째라는 이유로 두 번째로 하는 엄마라고
너를 좀 더 두리뭉실하게 키웠던 나를 탓해본다.
첫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예민한 너였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대강대강 키웠다.
그 작은 손으로 주먹을 꼭 쥐며 나에게 두드려 깨트려 보라는 아이.
똑똑 두드리니 안에서 나오는 손가락 하트.
감정표현 드문 우리 집에
사랑을 가득 담아 표현할 줄 아는 너.
등원할 때마다 하트를 날리며 안아달라고 하고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너.
하원할 때도 담임 선생님 꼭 안아주며 헤어지는 너.
T 3명 사이 외로울 F 1명.
F를 이해하지 못하는 T사이에서 너로 인해 사랑이 가득 넘쳐간다.
우리 집 기분 좋은 돌연변이 경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