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엄마 일지도 모를 나는, episode.27
빠른 84년생인, 대한민국 나이로 43인 나는 천지인 자판을 좋아한다.
요즘 세대는 알려나? 천지인이 뭔지...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오고 나도 아이폰을 써봤던 나름 신세대(?)이다!
하지만 큰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손에 잡혔던 핸드폰이 사망을 하려 하고
AS센터 찾다가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까지 가야 하는 현실을 깨닫고 아이폰을 버렸다.
트렌디함의 정석이었던 아이폰을.
그 뒤론 갤럭시이다. AS센터 많고 튼튼하고 쓰기 쉬운 휴대폰.
(아, 요즘은 많다고 하더라고요? 아이폰 AS센터도)
갤럭시도 쿼터자판이 가능하나,
나이가 들수록 손끝은 무뎌졌으며
조그마한 자판에서 오타를 수정할 시간도 없던 나는 천지인으로 자판을 수정해 버렸다.
나의 아이폰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큰 아이가 입학을 했다.
한글도 일찍 배운 편에 속하고, 이해도가 빨랐던 그녀에게
나는 쿼터 자판 대신 천지인 자판으로 설정해 준 그런 엄마다.
천지인. 말을 어렵지만 훈민정음의 기초이며
한글 모음을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구조!
요즘 둘째가 입학을 앞두고 한참 한글 공부에 매진한다.
극성엄마는 아이에게 조건을 쓰윽 내민다.
"소민아, 한글을 알아야 핸드폰도 할 수 있는 거야~ 한글 못하면 핸드폰 있어도 쓸 줄 몰라!"
다른 것에는 그렇게 높은 흥미도를 가지는 아이인데
한글에만 유독 흥미가 없다.
거울에 비친 것 마냥 거꾸로 쓰는 글자들.
아직도 '아'와 '어'를 헷갈려하고
틀리게 읽어놓고 맞다고 우기는...
너는 천상 막내.
그런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엄마 따라 일주일에 3-4번을 도서관 다니더니
언젠가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책도 위치를 외워 쓱쓱 뽑아오던 그녀였다.
그런 아이가 도서검색대에 앉아 "빵"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타가 계속 생겨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말이다.
학교 입학하면 핸드폰도 생길 거라 굳게 믿고 있던 아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빠 핸드폰에 글자를 조합해보려고 한다.
한글도 거꾸로 본인 이름도 거꾸로 쓰던 아이가
천지인 조합에서 본인의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역시나 엄마만 불안하지,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너도 천지인 자판해 줄 거야.'라는 엄마의 생각을 읽은 것도 같다.
어찌 보면, 요즘 시대에 맞지 않게 키우는 느린 육아일지라도
아날로그일지라도, 난 이 방법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조상들이 피땀 흘려 가장 완벽하게 만든 문자 "한글"
그 한글을 좀 더 이해하는 데는 최선인 방법.
나는 나의 육아 기준을 믿는다.
나에 대한 믿음만큼 아이에 대한 믿음이 커지길,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의 아이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