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엄마 일지도 모를 나는 episode.26
이미 11살 딸이 있어 한번 해봤던 학부모이지만,
둘째가 입학할 즈음 다시 조급한 마음이 샘솟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한글도 다 떼고, 어린이집에서 야무졌던 아이지만 엄마의 노파심은
냇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 불안했다.
내성적인 아이가 혹시나 실수하고 상처받을까, 하고 싶은 말 가득한데 꾹꾹 참고 있을까 봐
그렇게 극성엄마가 되어가며 도서어머니회까지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둘째는 달랐다.
아무리 조기교육에 내려놓는 둘째라지만, 관심 있을 때 시작해야지 했던 한글은
7살 12월이 끝나가도록 여전히 거꾸로 쓰는 한글 가득이었다.
"ㅏ"를 10번은 보여줘도 여전히 "ㅕ?" "ㅑ"라고 되묻고
자신감은 떨어져 가고 흥미는 더 떨어져 간다.
설마 내 딸은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던 [난독증]이 설마가 아닐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 짙어져 간다.
난독증에 대한 서치가 시작되고(이 엄마는 왜 이렇게 서치를 좋아하는지...) 그중 한 항목이 나의 마음에 새겨진다.
[글씨를 거꾸로 쓴다]라는 항목.
가슴이 철렁한다. 글씨를 그렇게 쓴 건 오래되었다.
본인의 이름인 소민도 민소라고 쓰면 다행인 것이다.
거울에 비친 것처럼 반대로 쓴다. 그렇게 쓰라고 해도 어려울 것을.
아니야, 아직 한글을 제대로 시작 안 했어, 그래서 그럴 거야 라는 생각으로 한 달간 집중 교육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흐를수록 이걸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한다.
우리 첫째가 한글을 너무 쉽게 배웠나? 원래 한글 교육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가?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만약 정말 난독증이라면, 나의 한글 교육 방법이 우리 둘에게 큰 스트레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신랑의 생각은 다르다. 병원 진료가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된단다.
조심스레 둘째에게 묻는다.
"소민아, 한글 어려우면 우리 병원 가서 진료받고 어떻게 배워야 쉬운지 가볼까? 그래도 괜찮겠어? 속상하지 않아?"라고 묻는다.
"한글 어려워...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 만나고 쉽게 배우고 싶어."라고 대답한다.
다행이다. 아직 아이는 그런 거에 상처받지 않는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나 보다.
조심스레 병원에 전화해서 진료 예약을 잡는다. 빠른 예약이라지만 2주는 기다려야 한다.
그러던 중, 또 다른 교육서를 읽기 시작한다.
교육서의 작가도 한글을 떼지 못한 채 초등학교 입학을 했고
작가의 둘째도 한글을 모르는 채 입학을 했단다.
1학년 2학기가 되어서 한글에 관심을 갖는 아이도 많단다.
마음속에 조금씩 희망이 싹튼다.
자발적 방관육아로 키운 아이 둘.
4살 때부터 엄마는 어린이집 가방조차 들어주지 않는 엄마였다.
실내화도 스스로 빨게 하는 엄마였다.
아침에 일어나 밥 챙겨주고, 준비물을 한쪽에 가지런히 챙겨놓으면 가방에 넣는 건 아이들의 몫이다.
교육서에서 말하고 있는 유아기의 준비.
신발 끈 묶기, 유치원 가방 챙겨보기, 사물함에 넣어보기, 자기 물건 챙기기, 외추 걸기, 스스로 먹기, 식사 후 식기 정리하기, 양치하기 등등 엄마의 기준에는 못 미칠지언정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다.
또 엄마만 급했고 불안했다.
아이는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꾸준히 잘 자라고 있다.
그것도 마음이 건강하게 말이다.
그래도 확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병원 진료를 하려고 한다.
아이에게 더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는 엄마랑 할 거라는 아이를 위해 엄마도 전문가가 되려고 한다.
우리 아이에게 특별 맞춤되는 전문가.
엄마는 또 그렇게 극성엄마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