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엄마 일지도 모를 나는, episode.29
초콜릿 사본 지 10년은 된 거 같다.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이 있다. 바로 "플로베"
독서모임 리더님은 가끔, 간혹 서프라이즈를 날리곤 한다.
이번 서프라이즈는 편의점 기프티콘!
2월 13일 날아온 기프티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고 인증사진 찍기!
한 10년은 무시하며 살았던 밸런타인데이.
결혼 후, 육아를 핑계로 멀리하며 살았던 이벤트이다.
인증이란 참 무섭다.
인증이란 게 사람을 성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인증해야 하나 고민이다.
하지만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일정이 있다.
신랑의 친구 가족이 놀러 와 아이들과 다 함께 눈썰매를 타러 가기로 했다.
이제는 다른 커플 앞에서 그런 행동은 남사스러운 거니까....
다 같이 눈썰매 타고 우리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는 내내
오늘까지 해야 하는데 초콜릿 사러 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다행히 신랑 친구의 남편이 일정이 있어 저녁을 먹고 일찍 떠났다.
신랑 친구와 아이를 데려다 주기 위해 신랑이 같이 나서는데
아이들한테 "엄마도 같이 나갔다 올게~"하며 따라나선다.
기회는 지금 뿐이다!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외친다.
"나 편의점 가야 돼!"라고.
둘이서 나란히 편의점에 들어가 이것저것 고르기 시작한다.
평소 편의점을 잘 안 가는 나이기에,
신랑은 대체 뭘 사고 싶어 편의점까지 오고 그러냐는 눈빛이다.
제일 평범하면서도 시그니처인 가나초콜릿을 들고 졸래졸래 따라다니다
사진을 찰칵찰칵, 두 장 찍는다!
사진 찍으며 건네는 초콜릿에 신랑은 씨익 웃는다.
"왜 안 하던 짓 하는 거야?"라는 안 이쁜 말과 다르게 표정은 웃고 있다.
신나 보인다.
우리 신랑, 이벤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싶다.
사진을 찍자마자 한 장 골라
"저도 걸어 나갈 수 없는 곳에 편의점이 는 동네에 살아서ㅋㅋ 신랑이랑 직접 가서 사고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사진 찍었어요. 신랑이 말하길 '왜 안 하던 짓 하는 거야?'라고 하네요 ㅋㅋㅋ"
라고 인증하기 바쁘다.
"남편분 눈가주름이 좋아서 웃으시는 중 같은데요?"라는 댓글이 온다.
맞아요, 그래서 눈가 주름 보이는 사진으로 골랐어요,라고 대답하고 싶어진다.
큰 이벤트는 아니어도, 우리 사이엔 이런 작은 초콜릿 하나면 충분하구나.
이 다정함을 지키기 위해 나도 조금은 노력해야겠구나 싶다.
가끔은 서프라이즈 할 수 있도록 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