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는 세로의 가치
현대카드에서 새롭게 카드를 리뉴얼했다. 우리가 익숙한 가로에서 세로로 카드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렇게 세로형 카드가 등장하게 된 것은 세로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까닭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세로에 익숙해졌는가?
우리 모두 그 답을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세로 화면, 세로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졌다. 현대카드 디자이너들은 이런 현대인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카드를 세로로 바꾸어도 무방하다고 결론짓고 세로로 된 카드를 만들었다. 가로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신용카드가 세로일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카카오톡도, 스냅챗도 가로보다 세로에 최적화되어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아예 PC버전이 없고, 사진 크기도 정사각형이 기준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고, 한국에서는 85%를 넘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SNS를 이용한다. 따라서 세로 화면에 최적화된 SNS는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가로보다 세로가 몰입이 더 용이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벤처투자사 KPCB가 2015년 스냅챗 광고를 분석한 '2015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가로화면으로 제작된 동영상 광고보다 세로 화면으로 제작된 동영상 광고를 끝까지 시청할 확률이 9배나 높았다. (인용: '가로에서 세로로... 콘텐츠 방향을 바꾸다', 전자신문, 2017년 4월 25일, 이경민 기자)
GS 홈쇼핑은 모바일을 위한 30초 쇼핑쇼인 숏방을 제작 중이다. 숏방은 휴대폰 세로 비율에 맞춰 콘텐츠가 제작된다. 뷰티 및 패션상품을 세로 영상으로 CF처럼 보여주며, 영상 밑에는 구매하기 버튼이 있어 언제든 구매 페이지로 넘아갈 수 있다.
게임업계도 앞다퉈 세로 기준의 모바일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다. 슈퍼셀이 만든 인기 게임 클래시 로얄도 휴대폰 세로 비율에 맞춰 제작된 게임이다. 한 때 유행했던 포켓몬 고 역시 세로 게임이다. 넵튠이 출시하는 야구 게임 레전드 라인업도 세로를 기준으로 제작되었다.
영상부문에서도 세로가 눈에 띈다. LG전자에서는 G6를 출시하면서 18:9 화면비의 자사 제품의 세로 규격에 맞는 영상들을 출품할 수 있는 '세로 영화제'를 개최했다. 웹 예능 영상 제작사인 모모콘은 '존잘러'라는 인기 아이돌 외모 관련 프로그램을 세로 베이스로 제작해 화제가 되었다.
"And we are calling it, iPhone!" 2007년 환호 속에서 스티브 잡스가 첫 아이폰을 발표한 이래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휴대폰 전면에 터치 가능한 액정화면을 탑재한 아이폰은 이후 스마트폰 디자인의 새로운 규격으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에서도, 식당에서도, 거실 소파에서도, 침대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만진다.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에서조차도 영상이나 게임 등 콘텐츠는 세로보다 가로가 우위다. 우리는 세로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에서 종종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세로 화면은 답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 제작한 세로 광고 홍보용 영상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세로 광고 홍보용 영상 클릭하기)
이제껏 우리는 가로에 최적화된 사진을 찍어왔고, 가로에 최적화된 영화, 가로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어쩌면 세로가 답답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직까지 세로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산다. SNS를 사용하거나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을 때, 우리는 세로 화면으로 즐긴다. 그러다가도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려면 휴대폰을 가로로 돌려야만 한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는 것은 귀찮은 일이고, 가로 상태로 손에 쥐는 것 역시 불편하다.
스마트폰 10년, 이제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형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