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대만 여행 필수 코스

by 김샤갈


대만 타이베이에 가서 101 타워를 지나쳤다면, 그건 내 생각엔 여행의 예의가 아니다. 숨은 보석을 찾는 재미도 좋지만, 반짝이는 보석을 못 보고 지나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대만 여행 중 하루는 소위 말하는 <대만 여행 필수 코스>를 따라 보내보기로 했다.

물론 4살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일정을 빽빽하게 짜진 않았다. 국립국부기념관에서 출발해 101 타워와 LOVE 조형물을 보고, 송산문화창의공원에서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으로.


호텔을 나서며 아이에게 여행 계획을 설명했다. 타이베이 시내 곳곳에 모여 있는 스팟들을 하나씩 도장 깨듯 돌아다니는 일정이라 이동에 부담도 없었다. 이날만큼은 우리의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 다니자고 이야기하며, 상쾌한 시내를 함께 걸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101 타워는 점점 더 커졌다. 아이는 대만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엄마 등치만큼 커졌다며 깔깔 웃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쪽이 찡하지만, ‘엄마 등치만큼’이라는 아이의 표현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뜻이었다.)


아이와 함께 웃으며 떠드는 사이, 첫 목적지, 국립국부기념관에 도착했다. 11년 만의 재회였다. 한참 공사 중이던 11년 전 뒤편 스타디움은 이제 반듯한 건물로 자리 잡았다. 국립국부기념관의 웅장함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다시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다. 11년 전엔 휴관일, 이번에는 보수공사 때문이었다. 허허, 참 운명의 장난 같았다.


보수 공사 중인 국립국부기념관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대신 햇살이 따스한 공원을 산책했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아이의 웃음이 함께해 꿈같은 시간이었다.


국립국부기념관과 작별한 우리는 레인보우 스트릿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여행자가 사진을 찍고 있었고, 다양한 포즈를 보며 삶의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스쳤다. 저 많은 포즈 중 단 하나의 정답이 없듯, 삶에도 완벽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LOVE 조형물 앞에 도착하자, 아이는 혼자서 조르르 달려가 포즈를 취했다. 그러곤 “라우리가 예쁜 포즈 했는데 왜 사진 안 찍어?”라고 묻는다. 나는 “우리 공주 너무 예쁘다!”라며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LOVE 조형물 근처에는 새로운 작품이 있었다. 101 타워의 엘리베이터 케이블로 만든 작품이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가 이제는 조형물이 되어 타워를 지키고 있었다.


101 타워 주변에는 놀 거리가 가득했다. 아이는 신나게 뛰어놀고, 나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신났다. 이것이 바로 이곳이 대만 여행 필수 코스인 이유가 아닐까.


몰 내부에 들어서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아이는 신나게 놀고, 산타에게 편지도 보냈다. (편지는 내가 써주었다.) 아이는 편지를 보냈으니 산타가 선물을 가져다줄 거라며 들떠 있었다.


그 후 우리는 느릿느릿 송산문화창의공원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만난 자그마한 공원에서 아이는 또래 여행자 친구들과 한참을 뛰어놀았다. 웃음소리가 가득한 그 작은 순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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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도착하니 넓은 광장과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우리를 맞았다. 아이는 연못의 오리를 발견하자, 작은 발걸음으로 오리를 따라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우리는 공원의 작은 카페 앞에서 잠시 쉬었다. 햇살과 바람, 아이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여러 포토 스팟을 지나친 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며 하루를 정리했다. 아이는 주변을 탐색하며 눈을 반짝였고, 하루 종일 걸었던 피로는 어느새 잊혀졌다. 작은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아이와 함께한 여행의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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