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25년.

제주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by 차감성

집도 직장도 아닌 바다 건너 땅 끝 제주도에서, 12월 28일 마지막에 맞닿은 오늘에서야.

나는 평지를 걷는 내 모습이 낯설어 그를 멈춰 세워 질문하기보다는 그와 나란히 걸어보기로 한다. 25년은 그렇게 한 발 한 발, 때론 무언가에 쫓기기도 때론 무언가에 가로막히기도 했으나 어찌 됐든 마지막에 다다른 25년이었다.


#왜 2025년.

늘 내 삶에 '왜'를 물어왔다. 왜 그게 좋아요? 왜 그 일을 하세요? 왜 그 길로 가세요?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을 때면 가던 길을 멈춰 섰고, 내 눈앞에 보이는 길이 질문에 답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오던 길을 거스리기도 했다. 많이 늦어 민망하지만, 2025년의 시간에도 '왜'를 물어본다.

지난 3월, 오랜 취업준비 기간을 뒤로하고 국제 NGO 에 입사하게 됐고(길었던 취준 기간만큼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업계였다) 정신없는 적응기를 보낸 나날이었다. 아직도 이따금씩 거창하게 느껴지는 나의 사명에, 그래 굳이 정의한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언제였나, 세상을 바꾸는 삶을 살고 싶었다. 세상에 뒤흔들 명작을 써볼까 하는 패기도 있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도 함께였다. 하지만 그 세상이란 얼마나 거창하고 얼마나 버거운가. 그리고 그건 세속적 성공의 다른 말이었다. 나를 사랑한 신은 스스로를 속이는 그 길에서 날 가뿐히 건져내실 분이었다.


"세상은 하나의 개념이 아니에요. 각자의 삶이지."

깨달은 건 몇 해가 지나서였다. 세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 명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주어야 할까? 아니 1억 명에게 지식을 전달해야 할까? 하나의 덩어리인 세상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하나의 삶과 마주하는 건 어느 때에서 우연히라도 가능했다. 내 진심을 오롯이 내어 보이고, 나도 그의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면 그 삶과 마주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그 누군가가 그 사랑을 전하는 것"

내가 하는 일로 누군가의 삶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그건 곧 세상을 바꾸는 일이겠구나. 이루어질 수 없고 거창하기만 했던 꿈은,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차근차근,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루고 있었다.


나를 지탱했던 내 꿈과 그 너머에 있는 삶을 생각한다. 꿈은 두리뭉실하게만 느껴지고 세상은 여전히 눈앞에서 아른거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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