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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Mar 07. 2021

EBS Space 공감: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에 앵콜을 요청하다



브로콜리 너마저


06월 13일의 공연 목록


1.     앵콜요청금지

2.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3.     속물들

4.     괜찮지 않은 일

5.     혼자 살아요

6.     가능성

7.     행복

8.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9.     [앵콜] 보편적인 노래





 “안 돼요”에 담긴 수 많은 의미를, 우리는 알았을까. 9년 만에 돌아온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번째 Space 공감 무대 곡은 ‘앵콜요청금지’. 기타의 첫 멜로디만 들어도 설레는 노래다. 밴드의 모든 파트는 단순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소리를 낸다. 독특하다 못해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는 곡명 때문에 무심코 들었다 10년차 팬이 된 사람들은 이번 앨범, 이번 무대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익숙한 첫 곡, ‘콜요청금지’를 듣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그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다음 곡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는 개인적으로 브로콜리 너마저가 2집을 낸 지 9년이나 지난 3집에서도 화려한 복귀의 팡파레를 울리기보단 브로콜리 너마저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곡처럼 느껴졌다. 편안한 보컬에 편안한 밴드 사운드지만 그 가사를 잠자코 들어본다면 그 깊이와 솔직함에 놀라게 된다.




세 번째 순서 ‘속물들’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신나는 사운드에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그래 우리는 속물들”이라고 이야기하는 브로콜리 너마저. 그들의 말처럼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가사였다. 하지만 절로 몸이 들썩이는 멜로디에 이런 가사들을 올려 두었다는 것은 그런 부족함과 부끄러움으로 끝내지 말고 극복하고 나아가자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두의 이야기를 모두와 함께 하는 브로콜리 너마저였다.



다음 곡인 ‘괜찮지 않은 일’에서 브로콜리 너마저는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후렴구를 관객들과 불렀는데 무언가 가족이 된 듯한 편안한 분위기였다. 일렉 기타의 사운드는 거부감이 드는 강렬함이 아니라 마음을 툭툭 치는 소리였고 덕원의 포근한 보컬에 흐르는 가사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거짓말으로 괜찮다고 말을 하고 돌아서서 울었던 어렸던 날들, 이제는 누구도 상처 주지 못할 사람이 되겠네” 라고 후렴구를 따라 부르다 보면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왜 이 공간이 Space 공감 인지 알 수 있는 순서였다.



 ‘혼자 살아요’ 는 새롭지만 편하고, 가볍지만 진지한 브로콜리 너마저의 색깔을 그대로 담은 곡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나 함께 부를 수 있는 곡들이 많았는데, 첫째로는 곡이 쉽고 편안하며 둘째는 공감되는 가사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혼자 살아요’는 얼핏 들으면 이기적인 사람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무대를 보고, 집에 돌아오며 여러 번 들었을 때는 그 혼자가 자신의 색깔을 잃지 말자 라는 친구의 조언처럼 들리게 된다. 역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곡들은 편한 멜로디에 속지 말고(?) 여러 번 듣고 여러 번 곱씹어야 하는구나.



 일렉의 파워풀한 솔로로 시작되는 ‘가능성’은 느린 박자 안에서 각 세션들의 소리를 깔끔하면서도 풍부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었다.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하나의 팀 뿐만 아니라 각 멤버들, 일렉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의 조화롭고도 개성 넘치는 연주를 듣고 싶다면 이 무대를 추천한다. 느린 박자 안이지만 각 세션들이 감정을 점차 끌어올리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는데, 휘몰아치고 잔잔하게 마무리하는 구성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행복’은 “짧지만 여운이 있는 곡”이라고 덕원은 설명했다. ‘지난 일들을 기억하나요. 애틋하기까지 한가요. 나는 잘 잊어 버리거든요. 행복해지려구요.’ 지난 일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건 지났다라고 할 수 있을까? 아픈 기억은 아픈대로 남겨두고 잊자라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말을 건넨다. 담담하고 담백한 분위기의 이번 무대는 많은 것을 덜어내고 ‘기억’과 ‘행복’의 본질에 집중한 듯 했다. 



 이어지는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는 이전 곡인 ‘행복’과 이어지는 곡이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다. 잠에 들지 못하는 밤에 들어보면 어떨까. 잊지 못하는 감정에 사무쳐 지금을 힘들게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곡이다. 덕원의 보컬은 가족과 같은, 혹은 친구가 건네는 위로, 충고 같다. 곡을 들었다기보다 속 깊은, 아주 친한 친구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무대. 피아노와 보컬, 코러스만 남은 곡의 후반부는 마치 잊어야 할 기억을 잊기 직전의 아름다우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준다. 깊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였다. 



 ‘앵콜요청금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날 Space 공감의 관객들은 열렬한 앵콜로 브로콜리 너마저를 붙잡았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오래동안 상의한 후 관객들에게 “앵콜곡으로 무엇을 할까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팬이 ‘보편적인 노래’를 큰 소리로 외쳤고 이 날 무대의 마지막 앵콜곡으로 ‘보편적인 노래’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앵콜요청금지’로 브로콜리 너마저를 알았고 ‘보편적인 노래’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팬이 되었던지라 참으로 반가웠다. 참으로 묵직한 감동을 주는 곡이다. ‘보편적’이지만 들을 때마다 다른, 특별한 감정으로 들리는 신기한 곡. 기본적인 밴드 구성이지만 모든 악기 파트가 꽉 찬 것처럼 웅장한 사운드는 무한 감동을 안겨 준다. 예상치 못한 앵콜이었지만 가장 브로콜리 너마저 답게 무대를 마무리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보편적이지만 특별했던 이 날의 무대, 이 날의 음악, 이 날의 공감이었다. 



사진: 이수정

글: @글쓰는 차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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