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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Mar 27. 2021

엄마, 미안해하지 말아.

실종아동법 개정안 발의

엄마, 세상엔 재밌는 게 너무너무 많아! 

저기 저 강가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너무 시원하고 막, 이렇게... 봐봐, 이렇게 아~ 입 벌리고 뛰면서 바람 삼키는 거도 너무 재밌어. 그리고 손을 이렇게 벌리고 촤악 달리면, 손에 풀들이 이렇게 부딪힌다? 매일매일 이렇게 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이렇게 산책 나오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엄마 말 잘 들을게. 그러면 이렇게 매일 산책 나올 수 있는 거야? 진짜로? 와!! 너무 좋아! 나는 진~짜로 행복한 사람이야. 엄마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또 이렇게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아. 

오늘은 친구들 만나러 안가? 아... 그래? 아쉽다. 엄마, 사실 나... 친구들이 날 멀리하는 걸 알아. 내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 내 포옹이 부담스러웠나봐. 못 느끼는 게 아니야. 그래도 난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 게 좋았어.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많아지거든.


엄마 너무 고마워. 세상 사람들의 눈빛이 따가운 걸 느끼면서도 함께 밖으로 나와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없었다면 난 평생 어두운 방 한 칸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을 거야.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주어진 방 한 칸의 삶이 당연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말했겠지만 엄마는 그 이야기를 웃음으로 겨우겨우 삼키고 굳게 잠긴 방문을 열어줬어. 엄마가 본 세상, 엄마가 느낀 행복을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겠지? 나는 엄마의 용기를 사랑으로 느꼈어. 덕분에 난 내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었고 행복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어.


엄마, 내 손을 놓아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의 품이 따뜻하고 좋지만, 나 한 번쯤은 이렇게 멀리멀리 뛰어가고 싶었어. 엄마 없는 나는 어떨까? 조금은 무섭지만 정말 마음껏, 뛰어보고 싶었다? 내가 뛰어가는 걸 못 따라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나는 엄마 덕분에 이렇게 뛸 수 있었어.

 

엄마, 저기 강 너머는 어떨까? 이제 난 잠시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달려갈 거야. 아니야, 엄마를 떠나는 게 아냐. 내가 엄마랑 어떻게 떨어질 수 있겠어. 나는 항상 우리 가족이랑 함께 하고 있는 거, 엄마가 말해줬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이제 더 큰 세상에서,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친구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려서 맘껏 뛸 거야. 엄마, 거기서는 내 웃음이, 내 포옹이 모두를 웃게 만든대. 정말 멋지지 않아? 엄마, 생각보다는 조금 이르지만 나 그곳에 가보려고 해.

엄마, 엄마 덕분이야. 엄마 덕분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 엄마 덕분에 웃을 수 있었어. 엄마 덕분에 뛸 수 있었어. 고마워. 내 마음은 그게 아닌 거 알지? 엄마는 최선을 다했어. 난 항상 그런 엄마가 고마워. 나는 조금 먼저 가지만, 엄마는 여기서 더 멋진 엄마 인생을 살다가 나를 만나러 와. 그때 다시 손 꼭 붙잡고 산책하자. 엄마, 고마워. 안녕!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저희 동네에서 발달장애인이 실종된 지 90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곧 찾을 수 있겠지, 무사히 돌아오실거야 라고 생각하고 SNS로 실종 소식을 알렸는데... 이런 비보로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머님의 슬픔을 어찌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로 시설이용에 어려움이 많았을 작년 겨울에, 주변에 폐를 끼칠까봐 사람이 없는 곳으로 산책을 나가셨다 벌어진 일입니다.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놀러 나가고, 못나가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힘들다'는 말 아래 더 힘든 우리 이웃을 돌아보지 못함에 반성합니다. 동시에 함께 사는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에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위 글이 유족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故 장준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03.27 KBS NEWS 

■ 발달장애인 실종, 매년 8,000건…"발견 시 사망 비율 너무 높아"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실종 접수 건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8,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근 5년간 18세 미만 아동 인구수 대비 실종 접수 건수 비율은 0.25%이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2.47%로 치매 환자 중 실종되는 비율(1.72%)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더군다나 이 가운데 실종된 발달장애인을 뒤늦게 찾더라도 사망한 건수는 271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8992&ref=A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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