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도시 우화 13화

아비가 아들에게

나의 미래에서 온 편지

by 차감성

[도시 우화]

아비가 아들에게



가슴 속에 꼭 품고 다닌 지 몇 주가 흘렀을까. 애써 잊으려 했지만 가슴에 품은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슬픔에 무뎌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착각이 들 때 쯤, 그는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깨끗하게 목욕을 했다. 그리곤 외투 안 낡은 편지 봉투를 꺼내어 책상 앞에 앉았다. 함부로 다가설 수 없었던, 그러나 항상 바라보았던 편지. 그는 그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 읽어 내려갔다.



아들아, 네가 나를 찾길 바랬다. 내게 묻길 바랬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 먼저 찾아가 답해주길 원했지만 그보다 더 너를 사랑하기에 지금껏 너를 기다려왔다. 네 편지를 받으니 이제야 비로소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이런 아비를 너그럽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네 한숨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 시절 내가 흘린 눈물이 생각났다. 아들아, 우리는 강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약한 존재들이다. 때론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오늘을 살게 만들지만 작은 실패 하나에 맥없이 쓰러지는 일은 수도 없이 벌어진다. 실패에 익숙해져라. 실패할 수 있음에 감사해라. 성공은 우리가 결정하여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될 것이다. 너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생길 때, 비로소 강해진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다만 네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언젠가 네가 겪은 실패가 실패가 아니었음을, 또 취한 성공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패와 성공의 기준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끝에 있음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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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앞은 보이지 않아 우리는 희미한 빛을 더듬거리며 나아갈 뿐이다. 밝은 빛으로 향하는 길을 봤다는 사람을 보았느냐? 그 사람을 뒤쫓기 보다 네 길을 찾아라. 사람마다 다른 길이 있으며 그 길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네 발걸음이 너의 길이 될 뿐이다. 빛을 찾았다는 사람들을 쫓기보다 그들의 발걸음을 보아라. 그리고 그 발걸음에서 용기를 얻어라.


아비는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하지 못할 때가 있어야 함을, 지금의 너는 알 것이다. 그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을 수없이 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지금 행복한 일을 하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도 없고, 더 큰 행복을 위해 지금 참으라 이야기할 수도 없다. 다만 네가 여행을 떠나기 전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 그 마음만 안고 지금을 살거라.


오늘은 무얼 하느냐. 뭐가 뭔지 도저히 알 수 없고, 산만한 것들 투성이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라. 오래 전 덮어둔 책을 펼쳐 보든, 핸드폰을 잠시 꺼두고 산책을 나가든, 다른 일을 해보거라. 그게 정 힘들다면, 홀로 훌쩍 여행을 떠나거라. 드넓은 바다를 보며 네 마음이 울렁거리기를 바란다. 높은 산에 오르며 네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를 바란다. 때론 네가 속한 곳을 벗어나야, 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치열하게 벌이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너를 울고 웃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였는 지를 볼 수 있다.


짧은 편지구나. 편지가 언제 네게 전달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이 편지가 필요할 때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항상 너를 생각한다. 잘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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