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도시 우화 14화

사랑해야만 했던 순간들

기억에 비춘 나의 모습

by 차감성

[도시 우화]

사랑해야만 했던 순간들



깊은 밤, 조명 아래 의자에 앉아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을 불러 모은다.


구슬 같은 유리 기억들을 도르륵 책상 위로 풀어내고 보니 참으로 제각각이었으나, 손으로 휘휘 모아보니 나름의 분류가 가능해진다. 그중엔 내가 사랑한 순간이 약간, 돌이키기 싫은 기억도 조금, 그리고 잊고 지나가도 될 만큼의 평범한 시간들이 이만큼 있다.


사랑한 순간들은 정말로 사랑한 기억과 사랑해야만 했던 기억으로 나뉜다. 오늘은 사랑해야만 했던 기억들이 유난히 빛이 난다. 사랑해야만 했던 기억이라…만지작 만지작 기억들을 쓰다듬다 보면 잊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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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참 힘들었는데.'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하루도 견디기 힘들었던 아픔의 시간들.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소리쳤던 아픔의 기억. 당시에는 어찌 이 순간을 사랑할 수 있겠냐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상처투성이 진주 같은 이 기억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순간이 있기에 나는 비로소 ‘나’ 일 수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기억들을 담아 놓은 주머니에 손을 뻗쳐 무작위로 하나 둘 끄집어낸다. 모든 순간이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만들어냈던 순간들을 찾아 매일 사랑해주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도 나를 담아낼 기억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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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모든 기억을 서랍장 안으로 흘려보낸다.


평소에 모든 기억을 들고 다니긴 어렵다. 또 이렇게 죄다 꺼내어 먼지를 닦아 내는 작업 역시, 매우 복잡하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이따금 한 번씩 기억들에 비춘 나를 보면, 바쁜 일상에 잊고 살았던 낯익은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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