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칼럼]연금 사회주의 논란

by 차구마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연임안이 부결됐다.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여론은 대체로 환영했으나, 일부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나, 아직은 기우에 불과하다.


대한항공과 같은 대기업은 대부분 상장기업으로서, 수많은 주주들의 투자를 통해 일궈졌다. 오너 일가의 많은 기여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기업의 진짜 주인은 수많은 주주들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이 주주 자본주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 자본주의에 입각한다. 기관투자자가 수탁자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주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주주들이 맡긴 권리를 올바르게 이행하는 방법이 된다. 사회주의와는 정반대인, 오히려 완전히 자본주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수많은 국민들의 연금을 위탁받은 기관투자자이자, 엄연한 대주주다. 주주 자본주의 원리에서 예외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바람직하다. 특히 기업 가치에 막대한 손해를 발생시킨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 이러한 권리행사는 더욱 정당성을 갖는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가입이 강제된 공공기금이므로 민간 투자기관보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이익 극대화는 결국 국민들의 이익, 즉 공익 극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변질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다. 국민연금은 막대한 기금을 운용하며 국내외 많은 기업에 대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통해 정권의 입맛대로 경영에 간섭한다면 많은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폐단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를 반대해선 안 된다. 오히려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극적 도입을 위한 제도적 보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의 의사결정기구를 중립적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하고, 주요 결정사안에 대한 여론조사 및 외부집단의 조언을 참고하도록 의무화해야한다. 또한 명확한 개입 원칙을 규정해 정치적 논란을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선행 된다면 연금 사회주의는 발붙일 수 없다.


주주 자본주의의 핵심은 주주 이익 극대화다. 국민연금의 목표는 국민들의 노후를 위한 안정적 기금 운용이다. 이들의 공통 연결지점이 원칙과 전문성에 입각한 스튜어드십 코드다. 주주 이익의 올바른 추구는 사회주의가 아닌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든다. 스튜어드십 코드 찬반을 둘러싼 정쟁보다는 건강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이유다.


p.s 이 모든 내용과 별개로, 조양호 회장의 별세를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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