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우산 하나

by 차구마
바다에 우산 하나.jpg


응? 내 표정이 왜.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고?

글쎄. 잘 모르겠네.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가.

아마 그럴 거야. 날씨가 안 좋으니까.


너랑 내가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도 비는 내리고 있었지.

꾸물꾸물. 추적추적.

바다는 종일 축축하고 눅눅한 회색빛이었고

그래서 난 꾸물꾸물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 같아.

뭐랄까. 바다가 예쁘지 않아서 그랬던 것도 같아.


언제부터 내가 그런 표정을 짓게 됐는지 너는 헤아리고 있었을까.

언제까지 내가 이런 표정을 짓게 될지 나는 고민하고 있었을까.

파도 소리만 가득한 바닷길에서 우리는 계속 말이 없었지.


멀리 두고 온 고민들이, 실수들이, 실패들이 파도처럼 자꾸만 몰려왔어.

그날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했던 거 같아.

그런 나를 말없이 지켜보던 너는 걸음을 멈췄어.


너는 네가 쓰고 있던 우산 하나를 접어.

좁은 내 우산 아래 들어와 팔을 감쌌어.

우산 밖으로 밀려난 한쪽 어깨는 축축하게 젖어갔는데

따뜻하게 덥힌 너의 손이 내 팔에 느슨한 온기를 전하고 있었지.


축축한데 따뜻한, 이상한 감각이 나쁘지 않았어.

우리는 다시 걸었어.

한참동안 그렇게,

각자 어깨 한 쪽씩이 흠뻑 젖을 만큼.

그때 나는 어떤 얼굴이 되어가고 있었을까.


날이 흐려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서, 그래서 그랬나.

사실 날씨는 핑계고,

나는 자꾸만 행복하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었던 건데,

꾸물꾸물 비 오는 날은 어차피 자주 있을 텐데,

그런 날 그저 내 손을 잡아준 사람.


그러니까 내 말은,

괜찮으면 앞으로도 계속

우리 우산 같이 쓰자고.

누구에게 비가 올 땐

우리 꼭 그렇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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