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 창조입니다.” 한 정치인의 에피소드에 교회 안 청중들의 뭇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성도들은 은혜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성공한 정치인이 나와 같은 종교를 믿는다는 묘한 동질감이 많은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성도들에게 웃음을 주던 그 정치인은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이 되었으며, 후에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공공연하다. 종교는 이미 정치인들의 주요 기반이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존재한다. 정치는 종교에 간섭할 수 없다. 종교시설 안에서의 선거운동까지도 엄격히 금지된다. 반면 종교는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수많은 성도들을 이끄는 종교는 정치인들의 표밭이다. 정치인이 종교계의 지도자를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이나, 각종 종교 행사에 참석하는 장면은 보기 흔하다. 종교의 영역은 쉽게 건드릴 수 없다. 수십 년 간 논의해온 종교인 과세는 시행되자마자 후퇴했다. 각종 종교 행사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은 끊임없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종교지원업무를 전담하는 종무실을 운영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성지순례 지원비 등 ‘눈먼 돈’도 적지 않다.
종교가 정치를 퇴행시킬 때, 정교 유착은 더 큰 문제가 된다. 종교의 정치적 힘은 아직 강하다. 종교 특유의 보수성은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번번이 가로막는다. 종교는 각 종교 나름의 진리를 추구한다. 그에 따라 지향하는 가치는 명확하다. 첨예한 사회문제에 대해 종교적 기준에 맞춰 지지하거나 비판한다. 대부분의 종교는 평등과 박애를 말하지만, 첨예한 사회문제에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낙태죄 폐지나 동성애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그 예다. 한국사회 종교 인구 비율은 인구 절반에 이른다. 많은 신도들에겐 정치보다 종교가 더 중요한 존재다. 종교가 움직이면 신도가 따른다. 종교의 윤리관은 신도들의 정치적 성향까지 바꾼다.
정치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종교는 사람을 모은다. 정치와 종교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다만 그 관계가 유착이 아닌 공생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정치는 종교 문화 발전을 위해 지원하되 필요한 개혁은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종교계의 눈치를 보며 국민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변화는 국민의 믿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와 종교 모두의 손해다. 종교계의 각성도 필요하다. 현실의 변화와 동떨어진 채 교리만을 고집하는 고립된 종교는 더 이상 개인의 믿음을 호소할 수 없다. 개인주의나 자유주의 성향이 강해진 청년 세대에게 종교가 점차 외면 받는 이유다. 종교인들은 무겁고 경직된 교리를 벗어나 현실로 나와야 한다. 딱딱한 종교적 윤리관은 현실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경직된 종교관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종교로 탈바꿈해야한다.
종교는 역사 속에서 민중과 함께 해왔다. 동학이나 천주교처럼 종교는 인간중심으로 존재했을 때 사랑받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근본은 시민이고, 인간이다. 현대 종교와 정치가 함께 사랑받는 길은 엄격한 교리의 준수나 유착을 통한 영향력 행사가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