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구마 일기
내 이름은 차구마.
스물일곱, 취업의 문턱에서 급히 유턴해
환상의 섬이라는 제주도로 무작정 날아갔다.
화산섬 제주도는 보기보다 삭막해서
그곳에 오래 머물고 살기엔 갈 길이 멀고 막막했다.
일단은 당장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지낼 수 있는 약간의 수입을 벌면서도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찾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고구마를 굽게 되었다.
난 특별한 재능도 특기도 없는 아마추어에
그나마 몸뚱이 하나 멀쩡한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전형이라
장작에서 피어난 연기를 몇 번이고 들이마시며
추운 날에도 고구마를 구워 파는 일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아마추어인 나는 어떤 거칠고 험한 일에도 기꺼이 뛰어들 각오를 매일 다져야만 했으니,
결국 나의 군고구마는 젊음의 혈기도, 청춘의 패기도, 괜한 고생도 아닌
지극히 아마추어스러운 삶의 한 방식이자 가난한 청년의 작은 몸부림이었던 거다.
그리고 그 몸부림은(비록 방식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마 당분간, 어쩌면 꽤나 오랫동안, 그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