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지 않아 재밌는 거다
동네산에 산불이 났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지 2주째 되는 때였다. 저녁부터 나던 정체 모를 타는 냄새는 알고 보니 산불이었다. 시에서 구에서 갑작스레 보낸 안전문자는, 우리 집인가 다른 집인가 불안해하던 마음을 어쩐지 가시게 하면서도 다시 불안을 싹 틔우는 듯했다. 가까운 곳에 불이 나서 인가 밤새 타는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다음날 아침 헬기소리가 들리고, 그날 오후가 되어서야 진화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에도 계속해서 불, 재, 타는 냄새가 났다.
달리기가 하고 싶었다. 바쁘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로 6개월을 놀며 하지 않은 주제에 산불이 나니 달리기를 하고 싶었다. 챗지피티에 질문했다. 근처에 산불이 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달리기를 하러 나가도 될까? 챗지피티는 대답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가시지 않는 걸 추천해요(재 등으로 미세, 유해먼지가 심할 수 있단다)
더 달리기가 하고 싶었다. 그제야 약간 웃음이 났다. 참 인간의 심리란. 왜 6개월간 하기 싫었던 달리기가 지금 하고 싶은가.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지. 우리 동네 뒷산에서 불이 난 건 학창 시절부터 보아온 이래 처음 겪는 일이었다. 결심을 하자 닥친 변수라니. 인생사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의 연속인가. 풉 하고 웃음이 났다. 이 정도 작은 시련(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무언가)은 뭐 조금 황당할 뿐.
달리기가 고프고 고팠던 그다음 날, 좀처럼 오지 않던 비가 내렸다. 공기가 갑자기 맑아졌다. 달리기를 잠시 포기한 찰나 비라는 변수가 다시 들어왔다. 그렇지 역시 내 맘대로 호락호락되지 않지. 풉 역시 뜻대로 되지 않음이 재밌는 거다.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