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내가 그리워할 지금

by 모구차

가끔 지금 이 순간을 나중에 그리워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가 있다. 현재를 이 시간을 내가 보내고 있음에도 그 시간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감각.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생각하고 있을 거란 시간적 착각. 현재의 내가 30센티미터 정도 떠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공간적 착각.


지난 주말 조카는 방학이라 심심한지 집에 놀러 와 있었다. 조카는 할머니에게, 나는 엄마에게 맛있는 밥을 얻어먹고, 주말 내내 티브이 속 올림픽을 보면서 우와우와를 연발했다. 그날은 아빠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우리에게 자주 말을 걸기도 했고(치토스 과자를 먹는 나에게 치토스는 표범이냐 하시더니, 아 치타구나 하셨다), 낮의 따뜻한 볕을 쬐러 창가에 나와 앉아계시기도 했다(아빠는 감기에 걸리면 안 되기도 하고,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이후로는 바깥에 나가는 대신 실내에서 볕을 쬔다. 물론 이것도 컨디션이 좋을 때만)


크게 신경 쓸 것 없는 일상적인 하루이면서도 편안한 기분. 순간적으로 이 일상이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옷을 입고 누워서 조카와 엄마아빠와 올림픽을 보는 순간이 사진처럼 기억되겠지. 먼 훗날 내가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겠지 하는 생각.


일상 하나하나에 너무 이입하기에는 너무 바쁜 하루들이지만, 그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마움에 아쉬움에 편안함에 애틋함에. 미리 너무 감상적 인가 싶어도 좋다. 그 순간마저, 이 순간마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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