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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차 Dec 21. 2023

일하는 속도, 살아가는 속도

   강남, 그것도 테헤란로 한복판에 위치한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일하는 속도를 넘어 살아가는 속도가 흔히 말하는 1.5배속, 2배속에 맞춰진 채 움직임이 굳어진다. 회사 안에서도 어딘가에 이동하거나 심지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거의 뛰겠다, 싶을 정도의 종종걸음으로 다니는가 하면, 동시에 2~3가지 일을 처리하지 삶. 이 모드로 8시간, 아니 점심과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최소 10시간을 살고 나면 남은 14시간은 속도를 줄이는 데만 기력을 써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서일까. 강박적으로 출근과 퇴근시간을 철칙같이 지키고, 퇴근 후에는 모니터도, 핸드폰도, 회사일도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노력해야 그나마 지켜진다. 정상 1배속의 삶이.



  재밌는 건 1.5배속, 2배속으로 빨라진 직장 생활 속 장면에서는 인간관계나 상황에서 벌어지는 나쁜 것들이 침투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재밌다기보다는 얄궂은 점이다. 누군가에게 서운해지는 속도. 미워지는 속도. 욱하는 속도는 평상시의 1.5배, 2배를 넘어 3,4배속에 이른다. 즉각적으로 화가 나고 바로 즉시 실망스럽다. 반대 상황도 있지 않느냐 반문하겠지만, 글쎄. 회사 생활에서 즐겁고 유쾌한 일은 100중에 1,2 정도 있으면 좋은 편일 테니, 남은 98, 99의 화와 슬픔을 이 정도 빠른 속도로 가슴에 때려 맞으면 이 문장이 절로 나온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속도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한지 제법 된 것 같은데, 너무 빠른 속도에 올라탔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예 내려와 속도가 0이 되는 삶은 아직 사실 무섭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바다 위의 서퍼처럼 바다가 두려우면서도 서핑이 좋다. 그래서 여전히 지금의 이 속도는 내가 감당이 안 되는 속도라 생각하면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를 보낸다. 왔다 갔다 하는 거지 뭐. 다. 여하튼 오늘은 적어도 속도에 대해 생각해 보며 속도를 0.1 정도는 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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