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에 한참을 아빠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하길래 갸우뚱했다. 아빠의 암이 숨길 일도 아니지만 즐겁고 유쾌하게 자세하고 시시콜콜 다 얘기할 수도 없고 그럴 힘도 없는지라, 보통의 경우는 가까운 지인이라 하더라도 자세히 상황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실제 이런 상황에 닥쳐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몰이해로 상처받고 싶지 않기도 하고(누구는 뭐로 고쳤다던데 같은 과도한 일반화가 대표적. 뭐 이것도 걱정의 일환이라는 의도만 감사히 받는다) 우리 스스로 얘기를 하면서 우울해지거나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근황을 전하길래 나중에 물어보니 아빠의 가장 친한 친구 아내분이었다. 부부끼리도 친하셨기에 이상한 건 아니지만, 친구사이에 물어야 할 병의 근황을 아내끼리 얘기하는 게 참 희한하다 싶었다. 경상도 아저씨들의 우정은 이리도 묘한가 싶었다. 머쓱하거나 낯간지럽거나 여서 일 것 같기도 하고, 차마 이런 상황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하기 서로 어려워서 일 것 같다고도 싶었다. 무엇이든 참 경상도 아저씨들의 알 수 없는 우정방식이란 싶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아이고, 어렵다 싶은.
이후 오후에는 아주 오랜만에 잠깐의 외출뒤 돌아오던 부산지하철에서의 경상도 아저씨 두 분의 대화란. 친구사이인듯한 두 분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웃으며 얘기하시는 중이었다. 잠깐사이에 한쪽 집안사정을 지하철 한 칸의 사람들이 다 알게 된 지경이었다. 이것이 경상도 아저씨들의 또 다른 우정방식인가. 이런 우정은 알고 싶지 않은데. 아무리 이어폰 볼륨을 올려도 뚫고 들어오는 두 분의 목소리를 이길 수가 없었다.
경상도 아저씨들은 소리를 낼 때와 내지 않을 때가 헷갈리시는 것 같다. 서로에게 안부전화는 크게 자주 하시고, 지하철에서는 소리를 줄이셨으면. 나도 너무 과도한 일반화이겠지만, 참 어렵다 경상도 남자들의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