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 여러 번 겹칠 확률

by 모구차

일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요즘이다. 어제만 해도 오늘 있을 중요한 보고, 미팅, 교육(자주 있지 않지만 30~4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맡아 진행해야 했다), 월초 결산 등 몰릴 때로 몰린 스케줄에 덩치가 큰 일들에 압박감이 말도 못했다. 준비는 어느 정도 이미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서인지 그간의 스트레스가 몰려서인지 전날밤 잠자리에 들어서도 가슴이 벌렁거렸다.


영 안정이 되지 않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보다며, 부정맥 아니냐 갑상선항진증 아니냐 등 주위의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들이 쏟아지듯 얘기가 나왔다. 친구는 걱정하며 피검사라도 받아보라며, 이런 일들, 스트레스, 그에 따른 증상들이 잦아지면 병이 되는 거라 했다.


가까운 병원을 몇 군데 알아보다가, 그럴 힘도 없어 다시 자리에 누워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쿵쿵거리는 가슴 탓에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미해군인지 공군인지에서 한다는 호흡법을 떠올렸다. 4초간 들이마시고 4초간 멈췄다 4초간 내쉬고 4초간 멈춘다는 그것. 4초, 4초, 4초, 4초... 쉽사리 진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눈을 감고 호흡을 하는 동안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걱정했던 몇 가지 일들을 순서대로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상태였다. 이제 닥친 것들을 해결하는 수밖에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걱정에 부담에 압박에 고민했던 모든 일들이 생각보다 잘 풀리고 마무리가 되었다. 보고는 오케이 소리가 여러 번 나오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가 되었고, 부담이 많았던 교육은 굳이 따로 좋았다는 개인적인 연락을 여러 차례 받을 만큼 생각보다 호평 속에 끝났다. 늘 깐깐한 타 부서와의 미팅도 수월했고, 결산도 큰 이슈없이, 그 밖의 일들도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너무 최악의 상황을 미리 걱정한 거였다. 숫자를 가지고 늘 분석하는 내가 온갖 합리적인 어프로치는 다 가져와서 쓰지는 못할망정, 모든 일들이 다 최악일 수도 있다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다니. 참 아찔하면서도 웃기고 한편으론 짠한 일이었다. 합리적 판단이 안될 정도로 힘든가, 부담인가 싶었다. 모든 일이 잘 풀려 다행이지만, 약간은 고장난 내 사고회로에 다시 한번 걱정스러움과 허탈함이 몰려왔다.


여하튼 다 잘 풀려서 다행이긴 하다. 그나저나 그래도 피검사는 받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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