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하는 말, 말로 하는 글
비대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회사에서 메신저로 소통하면 혼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공식 소통방식이 아니다,는 비교적 객관적이어 보이는 이유부터, 바로 옆에 두고 왜 메신저로 하느냐, 건방지다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들이 끼어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위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겠지요. 물론 회사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만, 메신저나 비대면 툴을 활용한 소통은 엄연한 회사의 공식 의사소통채널입니다.
글의 장점은 기록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는데, 글로 소통해 둔 내용들은 지나고 보면 훌륭한 메모리로 대체될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를 해달라는 요청에 B가 회신 왔을 때, 소통의 오류지점을 점검하는 방편 같은 걸로도 안성맞춤이고요.
그럼에도 가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미묘한 뉘앙스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에도, 난감한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경우에도 메신저로 소통하는 경우를 볼 때면,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불필요한 소통오류로 이슈가 양산됩니다.
옛날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음성도 언어이고, 얼굴표정도 언어도구인지라, 그게 글과 말에 더해질 때 더욱 소통이 강력해지기 때문이겠지요. 그냥 '도와주세요'라는 문장보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직접 말하는 게 낫고,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말하는 게 더 낫습니다.
어렵습니다. 어렵지요. 그래서 이게 낫다, 저게 낫다가 아니라, 때에 따라 알맞은 소통방식을 쓰고자 적어도 노력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얼굴 보고 풀 오해를 글로 하면 오해가 더 커지고, 문서로 남길 계약을 구두로 합의를 보면 낭패이니까요. 잘 가려 써야 하고, 방법이 모호하다면 이것 또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글로든, 말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