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 vs '알아서' 잘
아는 게 없는데 알아서 잘하라니요
알아서 잘해라, 알아서 잘해달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주 들리고, 가끔 쓰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만큼 화자와 청자의 의도가 다른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말하는 이는 보통 '복잡하게 말하긴 싫거나 곤란하니 너의 재량껏, 능력껏, 그런데 잘해라' 정도의 의도를 담는 것이 보통이고, 듣는 이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알아서 하라고 하니 대충 하면 되겠다.' 혹은 '알아서와 잘... 그렇다면 적당한 선에서 문제 되지 않을 정도만 하면 되겠군.' 혹은 '아는 게 없는 게 어떻게 알아서 잘하라는 거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하자' 등등이 있겠지요.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포인트는 말하는 이는 '잘'에, 듣는 이는 '알아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만 갈려도 일을 하는데, 생활을 하는데 큰 혼란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런데 더 난감한 것은 우리말의 '잘'과 '알아서'만큼 모호한 말이 없다는 겁니다. '잘'의 스펙트럼도, '알아서'의 정도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잘' 한 가지만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 옳고 바르게, 2. 좋고 훌륭하게, 3. 익숙하고 능란하게, 4. 자세하고 정확하게, 5. 아주 적절하게, 6. 아무 탈 없이 편하고 순조롭게....(훨씬 더 많습니다. 여기서 줄일게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알아서 잘'이라는 말은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에나 쓸 수 있는 고급표현이라는 것. 그리고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라는 것 또한 서로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알아서 잘'은 풀어서 그 '정도와 수준'을 상세히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귀찮고 바쁨을 핑계로 후배나, 동료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알아서' 잘 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