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희연 작가 Jun 24. 2019

상대가 기분나쁘지 않게 할말 하는 능력

차희연박사의 심리 티비 유투브

7년 전에 공기업에서 입찰을 따와서 3개월간 프로그램 개발을 했을 때였다.
윤리경영 교육과정을 개발했기 때문에 서로가 조심스러웠었다.
일을 하면서 꽤 친해지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갑을관계가 아닌가.
내 입장에서 담당자는 갑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담당자 입장에서는 윤리적인 부분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회의를 하게 되면 식사비 등은 고객사인 공기업 담당자가 대부분 사주곤 했었다.
한번은 본사에서 회의를 끝내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었다.
식권은 외부인이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담당자가 식권을 주어서 식사를 했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커피를 마시러 구내 매점에 가서도 담당자가 커피를 사줄 때가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웃으면서 약간 민망한 듯이 고객사 담당자 한명이 이렇게 말했다.
“밥을 사면 커피는 사주시던데..”

사실, 별거 아닌 일이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담당자의 말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을의 입장에서는 그 말 한마디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서 용돈을 받는 40대 직장인 가장에게는 커피값이 큰 돈일꺼라고 생각한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이니까 개인 용돈으로 밥사주고 커피까지 사주기에는 불편했을꺼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이 그냥 커피한잔 때문에 말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걸 바라는 것일까.

나 역시도 이렇게 여러 상황과 관계를 고려하다보면
별의별 생각이 다든다.
물어볼 수 있는 말도 물어보기 힘들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  
웃으면서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지만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변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내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상대방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 추측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태도는 달라진다.
우리가 사회에서 받는 영향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행동할 수는 없다.

문화권에 따라서 생각하는 방식과 반응하는 방식도 다르다.
스승에 대해서 존경심을 느껴야 할 것 같고 존경심을 표현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렇게 상황과 관계에 따라서 느껴야하는 감정이 정해져있고 그 감정 표현 방식까지도 정해진다.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개인의 독립성이나 자율성 혹은 자기주장이 중요하다.
집단주의 문화권인 한국에서는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 개인보다 더 중요하다.
조직의 조화와성취를 위해서 한 개인의 감정이나 표현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갈등의 원인을 각 개인들의 개성에서 찾는다.
화가나면 상대방에게 불쾌하다는 사실을 직접 말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에 집단주의 문화권은 집단과 상황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고 참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가리기 위해서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갓난아기 때부터 배워온 방식이 연습 몇 번 만에 바뀔 수 있을까.
분명 많은 연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설령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지라도
직장 상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 없다.
직장상사나 거래처 사람의 기분이 나빠서 우리에게 불이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면 불안해서 할 말을 할 수나 있을까?

나도 그랬다.
공기업 담당자들과 3개월간 찐하게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름대로 친했었지만 편하게 웃으면서 할 말을 다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심리학의 전공서적들은 다 개인주의 문화권인 미국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전공서적에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한국에서 써먹으면 당연히 부작용에 나게 되어 있다.
나 역시 그 부작용을 온몸으로 경험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상황의 영향력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용기만으로는 해결하기에 감당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요령을 개발해야한다.
나 역시도 얼마나 연습하고 연습했는지 모른다.

고백하자면 나도 노트에다 글로 쓰면서 연습했다.
글로 써서 몇 번씩 줄을 긋고 고쳐가면서 연습을 했었다.

“어디쯤 왔니?”
처음 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다짜고짜 반말이 들려온다.
그 짧은 순간에 생각했다.
반말을 할 정도로 친한 사람인데 전화번호가 저장되지 않았다면 실례가 아닐까 싶어서 빠르게 기억을 되돌렸다.
하지만 친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날 미팅을 하기로 했던 그저 모임에서 몇 번 만난 적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만나러 가야하는데 미팅에서도 그 사람이 나에게 반말을 하면 뭐라고 대응을 해야하는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했었다.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신데 반말하시는거죠?’
전화가 왔을 때 이렇게 말할걸.
하면서 혼자 머릿속에다 저장을 해 놨다.
바로 이 멘트를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차곡차곡 멘트를 준비해 놔야 한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나의 멘트로 머릿속에 저장해놔야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다.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법 아닐까.
이렇게 멘트를 저장해 놓으면
첫 번째 불쾌한 순간에서는 사용하지 못할지라도
두 번째 비슷한 상황에서는 써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글 차희연

copyright ⓒ 2019 cha hee yeon all rights reserved

#차희연 #차희연작가 #다음책 #집필중 #미리보기 #저작권있음 #퍼가기금지 #좋은글 #좋은글귀 #감성글 #소통글 #명언 #힘나는글 #위로글 #위로글귀 #글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작가의 이전글 기대라는 이름의 폭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