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짜이 Aug 28. 2020

짜이를 위한 이야기

가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우주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공간 속, 자신만의 빛을 내는 크고 작은 별들로 가득한 그 곳에서 나의 업데이트란 못미더운 우주선을 쏘아올려 미지의 행성에 안착시키는 것과 같다. 8월의 나는 짜이라는 이름이 붙은 행성을 가지게 되었다.

짜이, 내가 참 좋아하는 이름.

인도의 어느 거리에서나 몇백원만 내밀면 사먹을 수 있었던 달고 뜨겁고 쌉싸름한 그 차.

짜이란 우아하게 앉아 즐기는 티타임의 밀크티가 아니라 시장바닥에서 그 마을 남녀노소들과 아무렇게나 둘러서서 서둘러 훌쩍훌쩍 삼키는 것이 어울린다. 곁으로는 쉴새없이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와 개들이 한데 뒤엉켜 지나갈 것이다. 뜨거운 햇살과 바람, 먼지, 낯선 자를 향한 다소 무례한 눈초리도 쏟아지겠지. 주인 아저씨가 지저분한 런닝셔츠 차림에 검은 눈을 반짝이며 커다란 냄비 안으로 찻잎과 설탕을 들이부으며 짜이를 끓이는 동안, 나는 그 모든 것들을 구경하고 그들 또한 그러한 나를 구경할 것이고...

마침내 작은 토기잔에 뜨거운 짜이가 찰랑이도록 담겨 건네지면 모두들 언제 서로 관심이나 있었냐는 듯 각자의 짜이를 부지런히 홀짝이겠지. 그러다가 빈 잔을 호기롭게 바닥에 내리치는 것으로 짧지만 뜨겁고 경쾌한 짜이 타임은 끝난다.

누군가는 인도라는 곳을 철학적으로 그려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난하고 더럽고 못되먹은 나라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급기야는 여자들은 절대 혼자 여행해선 안되는 위험지역으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세상의 어떤 나라도 단 한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인간이란 대상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하기에 진심을 다해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존재들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인도에 다녀온지 12년이나 지났는데도 짜이의 시간이 이토록 생생한 이유는 내가 그만큼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이겠지.

그래, 짜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고급찻잔에도 청결치 못한 컵에도 토기잔에도 한결같던 맛


달디 달지만 쌉싸름하고, 무척이나 뜨겁지만 단번에 삼킬 수 있고, 고고하고 우아하진 못해도 편안하고 즐거워서 몇 번이나 다시 찾게 되는 그런 글.

오늘부터 무한하고 무심한 인터넷의 우주속에서 짜이라 이름 붙여준 행성을 향해 나의 작은 우주선을 힘겹게 쏘아올려 본다. 부디 무사히 착륙하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