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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타고 휴양림 캠핑

우리 셋, 기억을 나눠가지고 가요

by 글담연

숲속 마을 한켠


내가 운전하는 차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앉은 동료는 내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했다. 룸미러로 뒤쪽 2열에 앉은 동료를 바라보았다. 창문 밖 경치를 감상하는 듯했다. 짐이 차 천정까지 그득그득 차서 짐을 등받이로 쓰고 있었다. 우리가 탄 차는 언덕을 힘겹게 올라갔다. 네비게이션에서 가리킨 방향은 산 굽이굽이 돌아서 올라가야 했다.


차 안에는 사람도 가득, 짐도 가득했다. 번쩍거리는 쥐색의 작은 스파크는 5월이었지만 몸집보다 많은 짐을 맨 나귀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산길을 올라갈 때 힘겹게 부아앙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영 더디게 올라갔다. 차가 버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창문을 열었다.

“여러분, 에어컨 끌게요.”

이 말에 차에 탄 동료들이 긴장하였다.

“차 안 올라가요?”

“네, 좀.”


에어컨 끄면 경차가 힘을 한 곳에 몰빵하기 때문에 좀 낫다는 말을 들었다. 약간 탄력을 받는듯이 올라갔다. 산길의 기나긴 오르막이 끝나자 내리막이 이어졌다. 휴우, 셋은 안심하였다.


스파크를 끌고 동료들과 가는 캠핑, 전에 두어번 가본 적 있는 경기도에 있는 S휴양림에 가려면 이 산을 넘어야했다. 처음으로 동료들이 캠핑가고 싶다고 했을 때 이곳을 선택했다. 스파크를 끌고 진땀나는 산길의 수고를 마다않고 가는 것이다.


오르막길로 끝이 아니다. 그곳에 들어가려면 비좁은 시골길을 가야한다. 맞은 편에서 차라도 마주치면 한쪽에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작은 차였지만 나는 초보운전이라 두려움이 컸다. 한쪽 편에 차 한대가 내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어도 시골 도랑에 빠질까봐 조심조심 지나갔다.


흙먼지 폴폴 날리며 맞은편 차가 오는지 조심하며 몇 킬로미터를 운전한다. 운전석 시트에 등을 대지 못한 채 운전하다보면 어느새 입구에 당도한다. 그 곳은 햇살을 잘 받게 설계되어서 휴양림 입구는 동굴 끝에 보이는 빛 같았다. 얼마나 잘 디자인 되었는지 감이 온다.


휴양림 야영장에 체크인하면 나무와 흙색이 섞인 유니폼을 입은 국립 휴양림 직원들이 맞이해준다. “예약하셨어요?” “네. 00번이에요 .” 나는 의기양양하게 휴양림의 한 자리를 차지한 캠퍼임을 밝혔다. 어려운 예약 경쟁을 뚫고 결제 해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자랑거리임을. 쓰레기봉투를 받고 직원이 간단한 설명을 시작하려고 하면 “와봤어요.” 하고 웃으며 차를끌고 여유있게 야영장을 찾아간다.


입구에서 차를 타고 야영장에 도착하면 휴양림 속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어제 도착한 캠퍼들이 알록달록 자그마한 텐트들을 쳐놓고 앉아 있는 마을, 날마다 집들이 달라지는 마을이다.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사이 보이는 오색빛깔 마을에서는 요리하는 냄새,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체크인한 팀들이 들어오는 낮 시간엔 ‘땅땅땅’ 타프 고정하는 망치질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렸다. 캠핑을 알리는 시작 소리이다. “우리의 캠핑이 시작되었습니다. 땅땅땅.”

간혹 망치질 소리만으로도 숙련도가 구분되기도 한다.

길쭉하고도 시원한 나무들이 캠핑장 안에 가득했다. 나는 스파크 안에서 우리 셋이 쓸 짐들을 부지런히 데크쪽으로 옮겨놓았다. 이사 왔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많았다. 스몰캠핑, 미니멀 캠핑을 하더라도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니 원룸 이삿짐 수준이 된다. 더 놀라운 것은 내 차 안에서 사람 세 명과 그 많은 짐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옆에 지나가던 캠퍼는 계속해서 나오는 짐들을 지켜보다가 한 마디 던지고 지나간다.

“이게 다 이 차에 실어 온 거에요?”

머쓱하지만 기분좋다. 나의 테트리스 실력.

“네.”

휴양림 00사이트는 지금은 데크 정비 등의 이유로 이동이 되어 다른 곳이지만 당시엔 꽤 좋은 자리였다. 시냇물 바로 옆, 옆 자리랑 간격 넓고, 옆에 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주는 곳이었다.



동료들은 채소를 씻어오고 나는 작은 냄비에 쌀밥을 지었다. 내가 다른 요리는 못해도 냄비밥 밥물은 정말 잘 맞췄다. 아주 윤기나는 밥을 지었다. 그 밥에 고기를 구워서 올리고 토치로 한번 그을려주었다. 가져온 김치랑 쌀밥에 고기 한점, 소식파들이랑 다녀서 양은 적었다. 이렇게 한 점!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이거 꿀맛 맞지? 울 가족에게 자랑해야겠다. ”

동료는 영상통화를 마친 후 마저 먹었다. 캠핑장에서 먹는 것은 여느 요리와 달랐다.


밤이 되면 아주 작은 조명 하나를 밝혔다. 멀리서보면 어둠 속에 우리 자리가 희미해보였다. 가까이가면 테이블이며 그 위에 놓인 와인이며 젓가락 들이 선명히 보였다. 대화소리마저도. 와인 한 병을 플라스틱 잔에 서로 따라 주면서 방울 토마토, 저렴한 프레지덩 까망베르 치즈를 잘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둔 밤 눈이 할일이 줄어 쉬고 있었고, 벌레소리와 시냇물 소리만 듣는 귀도 평화를 누렸다. 공기는 차서 피부 감각을 열어주었다. 나무들이 내뿜는 숨과 잎의 향기는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와인의 열기와 차가우면서 신선한 숲의 향기는 마음의 문을 열어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인도했다. 같이 지내면서도 하지 못했던 말들이 오고갔다. 지금은 딱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을 주고받았던 밤이 생생하다.


어둡지만 서로를 지켜주는 작은 불빛이 있는 야영장 숲 마을에 서로를 의지하며 모든 캠퍼들이 텐트 안에서 잠을 잤다. 하루만 열리는 마을이지만 기억은 강하다. 스파크는 그 뒤로도 최대 세 명을 데리고 캠핑을 다녔다. 달팽이처럼 집을 지고 다니며 하루짜리 마을을 드나들었다.


밤의 비밀스런 일들은 나무와 벌레들이 기억하고, 아침 새소리에 깨어 텐트 지퍼를 열고 나와 앉아 있던 그곳, 함께 갔던 사람들은 그때를 기억하며 그날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한다.


“그때 참 재미있었지. 또 가고 싶다.”


휴양림에서 머물며 사람들과 기억을 나눠가질 수 있었던 것은 스파크 덕분이었다.

“고마워. 네 덕에 좋은 곳 갔다올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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