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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 호수 공원 자전거로 가봤니?

출퇴근 없는 주말2. 자전거 로컬 나들이

by 글담연
언덕을 오를 때
변속을 최대한 자제하자


점검을 받으면서 다짐했던 것이었다. 자전거가 언덕을 오르기 전, 기어를 바꾼다. 기어가 가끔 안 들어가서 헛돌 때 난감해서 점검받았다.


“기어는 가급적 쓰지 않아야 해요. 자주 쓰면 고장의 원인이 될 거에요.”


적당한 가격의 자전거라서 그런 건가? 출퇴근을 하다가 기어에 문제가 생기는 일보단 내 다리가 조금 더 힘을 주는 게 낫지 싶어서 변속을 덜 해보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힘을 덜 쓰고 편하자고 기어를 바꾸던 나였지만, 21단 되는 자전거를 샀는데 그 기어를 최대한 자제한다니! 많이 아쉬웠지만 이렇게 된 거 어떡하나. 그래 보기로 했다. 나들이를 떠나기 위해 지도앱을 열었다. 목적지는 “기흥호수”. 상승이 100m 가 된다. 오르막이 조금 있다는 뜻이다. 기어 없이 도전!


기흥 호수 공원, 어떤 매력이?

예전에 친구와 함께 가본 곳이다. 우리도 호수의 여유를 즐겨보자며 샌드위치랑 음료수, 돗자리를 들고 갔던 곳이었다. 그 때가 10년도 넘은 때인가? 친구랑 근처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그 곳에 가서 수다떨며 먹었다. 호수를 배경으로 발 사진도 찍으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그렇게 호수 앞에서 물멍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죽전 카페거리를 갔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이 기흥 호수 공원 근처에서 살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내겐 아주 먼 곳이었는데, 지금은 동네에서 조금만 가면 나오는 로컬이다. 한마디로 우리 동네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렇다고 반가워서 놀러오진 않았다. 호수를 놀러오기에는 큰 매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집 앞이라던가, 뛰어나게 아름다운 조경이 있다거나, 축제를 한다거나, 그런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동안은 큰 호수의 위용을 보며 지나가기만 할뿐이었다. 도로 위에서 기흥호수를 보면 물을 좋아하는 나는, 물을 만난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기흥 호수는 자주 보는 동네였다.

자전거를 사고 난 지금은, 기흥 호수 공원이 매력이 생겼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고, 논스톱 자전거 도로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놀러 가고 싶은 매력 중에 “자전거 도로”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기흥 호수를 가까이 가서 바라보는 일, 이렇게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일은 십수년 전 이후로, 두 번째이다. 집 앞에는 작은 호수가 있고 그 곳에 자전거 도로도 있지만, 자전거로 로컬 나들이를 가기 위해 10 km 좀 더 가야하는 기흥 호수도 포함시키고 싶었다. 동네를 탐방하고 싶은 마음과 좀더 멀리 구르고 싶은 본능이 생겨서 그대로 따랐다.


집에서 기흥 호수 가는 길


꽤 많은 횡단보도와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인도에 보행자와 자전거를 분리하여 도로가 나 있는 신도시의 길을 따라 쌩 하고 달리지만 몇 분 되지도 않아서, 아니 몇 백미터 되지 않아, 곧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렇게 도심에서 구르다가 멈추다를 반복하다보니 논스톱으로 페달을 계속 밟고 싶다는 마음을 느꼈다. 뭔가 찔끔찔끔 달리고 마는 것이 아쉬웠다. 자전거를 타고서 기흥호수 공원이라는 목적지를 정해서 이동하고 있었지만, 가는 길의 안전함과 편안함, 달리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키는 뭔가를 찾게 되었다. 첫번째로 가는 길의 달리고 싶은 마음 충족은 어려웠다. 걷는 사람과 내가 같이 출발하여 횡단보도에 내가 먼저 도착해 있었는데, 그 뒤로 걷는 사람이 내 옆에 와서 서있는다. 그만큼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긴 편이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목적이 ‘달려보고 싶었음.’이었기에 자주 멈추는 것은 아쉬웠다.

가는 길의 안전과 편안함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초행길이어서 지도 앱으로 확인을 수시로 하면서 갈림길에서는 길을 잘 가고 있는지 건너고 나서 확인했다. 인도에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에서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하는데, 잘 걷지 않는 구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없었다. 길은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졌다. 길가에 난 풀들이 키가 커져 길의 반 이상을 늘어져 있어 길을 장식했다. 보면 아름답지만 자전거로 다니기엔 지그재그로 미끄러져 운행해야했다. 풀이 상할까 풀을 피해 다녔다. 그런데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보도블럭으로 만든 인도와 자전거 겸용 도로도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도로 우측 끝에 그려놓은 붉은 빛의 자전거 도로 표시가 있었다. 앗, 나는 아직 자전거를 시작한 지 며칠 안 된 초보라고 할 수 있는데.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려본 적이 없는지라 저 길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간간히 뒤에 오던 다른 라이더들은 자신있게 자전거 페달을 차고 나가며 자동차 옆을 안전하게 달렸지만 나는 멈췄다. 더 가는 것이 부담되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눈빛이 흔들렸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자전거 도로 우측으로 바짝 붙어서 운행하다가 불안한 마음에 그냥 끌고 가게 되었다. 누가 내 옆을 지날까 뒤를 신경쓰면서.

짧은 거리였지만 자동차 가까이에서 차마로서 주행해야하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차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어떤 자동차는 내 자전거와 살짝 가까운 느낌으로 옆을 스쳐지나갔다. 순간 운전자의 배려가 아쉽고 아찔했지만 핸들을 바짝 잡고 주행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고 하며 페달을 밟았다.


사진에 보이는 이 구역의 오르막 끝에 가드레일이 쳐진 자전거 전용 도로가 좁지만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가 길가에 흐드러진 풀에 살짝 찍히기도 하면서 주행을 했다. 그렇게 자전거도로가 끝날 무렵 호수가 보였다. 와! 기흥호수다!


주행 중 맨처음 호수를 보았을 때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지만 그러진 못했다. 워낙 좁아서 자전거를 멈춰세우면 누군가가 뒤에서 지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눈으로 그 느낌을 가득담았다. 호수는 있는데, 진입로를 찾으려고 애쓰고, 촉으로 내리막으로 향하면서 기흥 호수 공원의 자전거 도로에 진입했다. 여기까지 오는 후반부는 모든 길이 안전하고 편안한 길은 아니었지만, 아름답고 울창한 호수의 숲에 들어온 것이 좋았다.


호수 공원을 돌아볼까


어렵사리 자전거를 타고 때론 끌기도 하면서, 호수에 도착했을 때의 감정은 “드디어 왔구나.” 였다. 제일 먼저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길에서 긴장하여 자전거를 세우지도 못하고 마시지 못했던 물통을 꺼낼 때의 그 안심되는 마음. 목을 축였으니 호수를 에둘러서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신호등 없이 씬나게! 달려볼 생각이 들어 들떴다. 아직도 다리에 힘이 좀 있다. 달려볼까.


처음 오는 길이라 속도를 내기만 할 수는 없었다. 비교적 천천히 달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호수 근처 산책길에 꽃으로 길을 꾸며놓은 것이다. 색상이 주는 조화로움에 풍경을 보며 달리는 일이 즐거웠다. 호수 공원의 식물들은 덩굴 식물들을 위한 자리를 많이 내주고 있었다. 덩굴 식물들이 튼튼하게 자라고 채워서 만든 길 아래는 매우 초록초록했고, 자전거 도로 옆은 빽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숲에서 나는 향기와 여유로운 분위기, 초록의 싱그러움이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다. 여기까지 온 덕분에 느끼는 오늘 땀의 결실 같고 선물 같았다.


한참을 달리다가 호수가 눈이 부셔서 가기만 하는 것이 아쉬웠다. 자전거를 기대 놓고서 나도 함께 기대어 호수를 바라보았다. 몸이 가벼워지듯, 마음도 가벼워지고,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탁 트인 정경이 주는 시원함과 호수를 불어온 바람이 내 몸을 감싸며 땀을 식혀주는데 시원함이 배가 되어 이 순간을 더 즐기고 싶었다. 이런 재미로 자전거 나들이 오는구나. 다음 번에도 자전거로 로컬 나들이를 기약했다. 다음엔 우리 동네 어디로 갈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렜다.


하루에 마셔야 할 물의 양은 얼마일까


물통 거치대를 단 건 잘한 일이다. 내가 어떤 활동을 하면서 물을 이렇게 많이 마셔본 적이 없다. 짠 음식을 먹고 나서 물을 꿀꺽꿀꺽 마셔본 적은 있다. 해갈이 되지 않아서 계속 마시던 때도 있었다. 몸이 물을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평상시엔 물이 부르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물을 잘 마시지 않고도 살아진다. 요 며칠 자전거를 타면서 시원하고 짜릿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데 땀이 나서 물이 정말 필요하다. 평소 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 때문에 내 몸에 미안한 채 살고 있었다. 알려진 대로 물을 하루에 1.5리터 정도, 물컵으로 8잔을 마시라는 말을 지키지 못해 늘 조마조마 했었다. 일상적으로는 식사 때나 한두잔을 마셨을까? 미안했다 .내 몸아! 자전거를 타고 난 후부터는 미안하지가 않다. 이렇게 주행만 해도 1리터 정도의 물은 필요하다. 땀을 평소보다 많이 흘리기 때문이겠지만, 여름에 땀을 흘리면서도 화장실을 가는 간격이 넓어졋을 뿐, 물이 엄청 끌어당기진 않았다. 그런데 언덕 주행 한번 하고 나서 잠시 쉬면 물을 벌컥벌컥 마셔야 한다. 지금은 가을이라 땀으로 배출되는 양이 여름이나 겨울보다는 다른 변수이지만, 물은 많이 마셔야 한다. 내가 가방에 넣는 물의 양이 일단 1리터다. 물 마시는 양을 자련스럽게 채우려면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을 넘을 수 있었어!


작은 언덕이라도 만나면 늘 기어를 바꿨다. 제일 가벼운 단으로 바꿔서 올라가곤 했다. 오늘 기흥 호수 공원을 가는 길에 언덕과 내리막이 있었다. 평속기어만을 쓰자고 다짐하며 시작했는데, 정 안 되면 언덕에서 내려 끌고 갈 생각도 했다. 언덕을 만나서 평속 기어로 힘을 더 주어 올라갔다.

“앗, 진짜 힘이 든, 다, 그런데 어라랏? 언덕 끝까지… 올라왔잖아!”

조금 더 힘이 들뿐 아예 못 올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며칠 자전거 탔다고 다리에 힘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원래 할 수 있었는데 내가 편하게 넘어보고자 했던 것일까. 그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이 좋았다. 언덕 하나 내 힘으로 넘은 것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날이 저물고 있었다. 왕복 26km 치고 꽤 오래 걸린 길이었다.

오늘 자전거로 로컬 나들이를 하면서 우리 동네에서 15-20km 떨어진 곳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뿌듯했다. 더 멀리 떠날 수도 있겠지만, 동네에 더 관심을 갖고 구석구석을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끌린다. 자동차 도로 한켠에서 아직은 함께 달리는 것은 부담이 되기도 하고, 우리 동네를 먼저 보고 싶어서. 라고 말해 본다.


자전거로 동네 나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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