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서 더 좋았던 춘천 모임
선배는 작년에 춘천을 자주 갔다. 알고보니 춘천에 별채가 있다. 이제 은퇴 후 삶을 생각하며 지금부터 살고 싶은 동네를 찾아 전세로 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직장 근처 집에는 가족들과 살고 있지만 주말에 아는 사람과 함께 번갈아가며 살며 별채를 마련했다.
금요일 저녁, 나, 선배, 친한 동료 셋이 출발했다. 간단한 잠옷가지를 챙겨서. 또 친한 한 명은 아들과 밥을 먹고 따로 오겠다고 했다. 가보니 작고 아담했다. 주변에 대학이 두군데 있어 대학생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했다.
우리는 부지런히 늦은 저녁상을 차렸다. 육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하는 선배를 따라 곡물과 어묵, 샐러드, 올리브, 땅콩, 쥐치포, 떡국떡 구이, 곶감 등을 차려놓고 앉았다. 와인을 사랑하는 선배와 나는 와인잔 큰 걸 앞에 두었다.
여기에 몇 가지 더 있었는데… 성급한 나는 다 차려지기도 전에 사진을 찍었네.
이 소박한 식탁에서 배부르게 먹었다면 과장 아닐까 할 텐데, 여기에 문어를 넣은 라면을 끓여먹으려다가 배불러서 먹지 못했을 정도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밤이 깊어갔다. 물론 우리가 이 식탁에 둘러앉은 시간은 9시였으니까. 이미 깊어진 후였구나. 아들과 밥 먹고 온 S가 도착한 시간이기도 하고. 새벽 1시까지 나눈 이야기는 춘천에 관한 것, 요즘 사는 이야기, 고민, 등이었다. 유머가 풍부한 친한 동기 M덕에 엄청 웃었다. 그런 재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중에 내가 어록을 적어두겠다고 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코를 곤다고 한다. 세상에! 내가 그동안 친구들과 캠핑 다니면서 듣게 된 이야기로는 난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통했다. 손을 배에 얹고 숨소리만 내며 조용히 자는 나였는데. M은 긴장해서 그렇게 조용히 자는 거 아니냐며, 우리랑 편하게 자서 그런가보다고 했다. 그.. 그런가? 어쨌든 내가 코를 그렇게 드르렁 곯았나보다. 그걸로도 한참 웃었다. 같이 잔 사람들에겐 미안한 마음 뭐지?
우린 아침을 챙겨먹고 춘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출퇴근 길에 자전거를 몇 달 탔더니 이제 페달 밟는 것이 힘이 많이들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들 중 제일 속도가 느려서 나를 케어하기 위한 뒷자리 배정을 번갈아했다.
S의 남편이 비발디파크에서 직장 워크숍이 있었는데 우리가 자전거를 타러 간다는 말을 듣고 춘천 낭만길 좋아한다며 오기로 했다. 15분 거리라 안 올 수 없겠다며 반가이 맞았다. 저번에도 같이 두물머리 라이딩을 한 적이 있는 사이다. 이쯤 되면 같은 동아리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유대감. 내 맘대로 자전거 동아리 유대감으로 묶었다.
자전거 두 대는 선배네 집에 있는 걸 타고 나머지 셋은 자전거에 헬멧까지 빌렸다.
평소 본인이 타던 자전거가 아닌지라 한바퀴를 돌자는 말에, 어제 피곤했으니 빌린 자전거라 컨디션을 모르니 반바퀴를 돌기로 했다. 반 바퀴를 예상보다 일찍 끝나자, 모두 한결같이 “마저 반 바퀴 더”를 외쳤다.
벚꽃은 꽃봉오리 상태지만 이윽고 연분홍빛으로 풍성하게 꽃을 틔워낼 그 나무들이 아름다웠다. 나무의 잠재력에 감탄하며 가로수 밑을 달렸다. 춘천 낭만길 평지를 달리는 것은 길이는 길지만 생각보다 힘이 덜 들었다. 나의 운동 앱으로 중간중간 멈추고 누르기를 못해서 다 체크되진 않았지만, 이렇게 한 바퀴를 돌았다.
춘찬에서 하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자전거 라이딩. 호수를 돌다가 풍경 좋은 곳에 멈췄다. 커피와 쿠키를 시켜서 여유롭게 휴식을 했다. 자전거를 같이 타니 이렇게 여유를 즐길 때 재미가 난다. 지쳐서 쉬고 있는 상대를 사진으로 찍고, 찍힌 사진을 보면서 서로 큭크큭 웃었다. 다리를 쭉 뻗고 하늘을 보고, 커피 한잔 마시고 쫀득한 쿠키를 씹으며, 아 좋다. 가 자연스러웠다.
마저 한 바퀴 다 돌고나니 살짝 배가 고팠다. 막국수를 먹기 위해 검색한 식당을 향해 달렸지만 영업을 종료한 집이었다. 그 앞에 자전거 5대를 대고 서성이던 우릴 보고 동네 주민들께서 “거기 영업 안 한지 꽤 됐지. 몰랐구먼.” 하신다.
우린 “막국수 먹으려고요. 어르신은 어디로 가세요?”
물어보고 찾아간 ‘남부 막국수’. 이 동네에서 맛있다는 동네 어르신 말씀에 찾아간 그곳. 맛집의 품격을 느끼며 먹었다. 물론 바로 옆집에 평점이 더 높다는, 겉모습이 신축으로 보이는 다음 집은 ‘다음’ 번에 와보기로 하고.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다음에 또 타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어디 욱씬 거리는 곳 없이 몸도 건강하게 잘 마쳤다.
그날 집에 도착해서 씻고 초저녁 스르륵 잠이 들어 14시간을 내리 잤다.
우리의 한바퀴는 사실 에너지를 많이 쓴 것이다. 다음 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춘천 다녀온 자전거 모임의 추억은 아직도 마음에 남았다. 다음 번에 기차 타고, 막국수를 먹고 카페에 앉아 쉬고… 자전거 타고 의암호 따라 더 천천히 여행을 하다 와야겠다 생각했다.
아! 라이딩용 마스크 그러니까 주행 중 벌레떼를 만날 수 있으므로 라이딩 마스크 필수! 그리고 고글 없으면 선글라스 혹은 안경이라도!
데크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어떤 라이더다 반대편에서 오시더니 우리에게 “미스크 없으면 저기. 가지 마세요” 했다. 나만 마스크를 챙겨오지 않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썼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가끔 날벌레는 만나니까.
그런데 데크가 시작되자.!!!
정말 공기 반 날벌레 반!
날벌레가 콧속으로 들어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는 조금만 숨 안 쉬고 가면 끝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꽤 길었다. 결굳 한손으로 티셔츠를 끌어올려 코와 입을 막고 천천히 한손 주행했다. 꽤 시간이 지나 구간이 끝나고 우리는 모두 자전거에서 내려 그 길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점퍼에 붙은 녀석들을 이리 저리 떼어냈다.
모래폭풍을 만난듯 했던 그 구간, 제트기류를 만난 비행기처럼 조심조심 운행했던 그 날, 숨을 꼬 참고 실눈을 뜨며 운행했어도 고생했던 그 길을 포함해서 그 길이 그립다.아, 함께 한 사람들과 자전거 길이 그립다.
3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