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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브 Jun 01. 2023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쓰기의 말들> 은유,를 읽고 왜 글쓰기를 하는지 떠올립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티를 꼭 내고 싶다. 밑줄 치고 싶다.


책을 읽다보면 내용에 마음이 가는 경우, 손이 움직인다. 내 책이라면 만나는 족족 줄을 친다. 빌린 책이라면 줄을 치고 싶다는 마음만 품는다.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그 순간을 좀더 즐기고, 한번 더 눈마주치기 위해, 아름다운 풍경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듯. 어떤 책은 문장마다 들뜨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거의 모든 문장에 줄을 쳐야 하는 책, 그럴 때 그 책은 필사해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마음에 맞는, 맘에 쏙 드는 작가를 만난 거다.


#발효의 시간이 필요한 나의 글쓰기


내가 왜 글쓰기를 하는지 생각해 볼 때도 있었다. 다양한 취미를 하다 안 하다를 되풀이하다가도 마지막에 남는 일이 글쓰기였다. 일부러 한다기보다 그냥 하고 싶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해왔었다. 자연스러움의 일부라 할까. 그럴 때는 머릿속에서 쓰자, 하는 시작을 누르고, 연필을 잡든 키보드를 치든, 이야기들을 주르륵 한다. 한번에 글 한편이 완성된다. 그동안 머릿속에서 미완의 생각들이 솜사탕 기계의 솜처럼 날아다니다가 막대기를 저어 휘휘 젓는 수고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 생각과 감정들이 한편의 글이 되어 완성돼 있다.

이렇게 글쓰기를 하는 것은 날마다 오는 선물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나에게는 어떤 사건 이후에 발효되는 시간이 늘상 필요했다.

발효된 내용들이 날마다 쏟아져 나올 때도 있었다. 뮤즈가 온 것이다. 실연당했을 때, 아픔을 겪었을 때, 말도 안 되는 억울함이 나를 불현듯 찾아왔을 때 등. 그 좌절의 시기에는 왜 그렇게 하고 싶은 말들이 날마다 생성되는지. 고통이 많았던 내 삶이 글감이 많은 삶이구나 생각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뮤즈가 오지 않아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발효는 머릿속에서 하지 않아도 됨을, 일단 꺼내어 두고 보면서, 양지바른 곳에서 정리하는 것이 더 숙성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너무 날것이어서 걱정이었다.



#좋은 인연, 글쓰기를 자극하는 스승


언젠가 무심코 들었던 책 표지에 작가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은유’ 작가라서-그냥 한번 펼쳐보았는데, 반해버렸다. 모든 문장에 만난 티를 내고 싶었다. 찰칵찰칵. 그때 읽었던 책의 제목은 비밀이다.

은유 작가님이 쓰는 말들이 감각적이고도 기가 막히게 이해하기 쉬웠다. 작가의 글이 모두 좋았다. 특히 개인의 삶에서 사회적 삶으로의 확장, 내가 개인의 세계에서 글을 읽었는데 그 너머로 자연스럽게 건너가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유 작가님이 먼저 건너가서 내민 손을 나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그의 문장들, 문장들이 만들어놓은 그 힘이, 우유부단한 내게 세상을 향한 글을 써내려갈 용기를 주었다고 해야할까.


#<쓰기의 말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말 그대로다. 발효될 때까지 안 쓰는 사람이었던 내가, 일단 쓰고 보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더 큰 확장을 하고,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가 탄생’하도록 하는 책, 스승인 은유작가에게 감사해 하는 책이다.(나만 아는 스승으로 모신다)





몇가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남긴다. 사실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다. 머물러 있게 되기 때문에, 그 풍경에 심취하여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세계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글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과 달라지려 하고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하는 것이다. -윌리엄 진서
벌거벗은 자신을 쓰라. 추방된 상태의, 피투성이인. -데니스 존슨



세상이 따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 되지요. 그건 보통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최승자


(최승자) 시인의  이 말을 한동안 품고 살았다. 타락한 세상에 진저리 칠 때마다 그런 세상에 별일 없이 사는 나를 볼 때마다 한탄하지 아니하고 써 내려갈 이유를 얻었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더듬어보았다. 다른 무엇이 보일까 두리번 거렸다.


읽으면 안 쓸 수가 없는 책.



2023.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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