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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브 Aug 10. 2023

미니벨로, 너의 이름은!

이름을 지어 불러주면 네가 내게로 오겠지.

너의 이름은!


이제 나의 사바파이크 외장 10단을 미니벨로나 사바파이크로 부르지 않고, 나의 친구 이름으로 부르려 한다. 애정을 주는 친구이기도 하고. 오래 같이 하려고. 이름을 붙여주면서 관리를 더 잘하고, 자주 만나기 위해서다.

나의 자동차에도 붙여준 바 있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별로 친하진 않지만,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동네마실을 다니다가 우리들이 자주 모이는 펍에 애마인 자전거를 끌고 왔다. 걷기엔 멀고, 버스타기엔 조금 아쉬운 그런 거리라서 끌고 왔던 거 같다. 그리고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우린 항상 웃으면서


“오늘도 제00 데리고 왔네. ”


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름을 부르면 그 선배가 알아볼까봐, 차마 못 적고, 제00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나서 다른 선배도 자전거를 신문구독하면서 하나 얻었다. 당시 사은품이 자전거였다. 그 선배도 자전거에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외국의 이성 이름이었다. 듣기에도 멋진 배우 이름이었다. 들을 때마다 이상형의 이름이었다.


이름이 담은 뜻


이번에 나도 4박5일 간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서 활동해봤다. 별칭 이름을 써서 다른 동료들을 부르고, 아이들 동료들에게 불리며 느낀 것은, ‘꽤 괜찮다’였다.

자신의 본명으로 활동해도 좋지만, 또 다른 별칭인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건, 이번 제천 간디학교에서 여름 계절학교 어린이 캠프에 자원교사로 참여하면서이다. (자원봉사)

그곳에서는 한 조에 3명의 교사가 아이들과 4박5일 함께 지낸다. 모둠의 교사를 모두가 별칭으로 불렀다. 본명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지은 별칭으로 불리는 것도 좋았다. 세 명이 한 모둠이기에 모둠의 이름에 맞게 선생님의 특성을 따서 이름을 정한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조는 과일 조였다. 과일조 쌤들은 각자 분위기와 특성에 맞는 이름을 정했다.


귤쌤, 자두쌤, 두리(안)쌤.


자기소개를 할 때 자신의 특징을 이름에 담아 소개했고, 기억에 더 잘 남았다. 그 덕분에 두 개의 이름을 외워야 했다. 본명과 별칭 이름. 그래도 각자가 자신을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 참 좋았다.  

어떤 학교에서는 졸업할 때 학생들에게 이름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삼척에 있는 삼무곡 학교였다. 뉴스타파에 검색하면 나온다.) 그곳 졸업생들은 한자에 담긴 뜻을 생각하며 받든다. 선비들이 호를 짓거나 선물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래서 나의 미니벨로에 붙일 이름은 이 친구의 특성에 걸맞게 지으려고 한다. 처음에 붙여주면 외모만 본 건데, 한 일주일 지나니까 어느 정도 알 듯하다. 그래서 이름짓기가 더 의미있다고나 할까.


이번엔 외국식 이름을 탈피해서, 지어봐야겠다. 내가 좀 아이디얼한 사람이라, 일단 시작해서 떠오른 단어를 내뱉다보면 또 괜찮은 조합을 만들어낸다. 이름은 내게 의미있어야 하니까, 난 아무말을 하는 브레인 스토밍 과정을 거치며 지으려한다. 사람들과 회의하며 브레인스토밍할 때는 내가 아무말로 시작하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웃음이 있는데, (비웃음은 아니고 코웃음 정도? 기가 차다 이런?) 아무튼 그런 웃음이 터지긴 하는데, 끝에 가선 ‘오’로 바뀌기도 한다. 이번 브레인스토밍은 혼자하니까, 자기 만족의 과정을 즐기며 해보자. 이제 궁리를 해봐야겠다. 뚜둑. (손가락 마디 꺾기 )


이름 브레인스토밍 시작


먼저 이 자전거로 할 활동을 생각해본다.

@ 사람들과 함께 하기, 맑은 공기를 맞이하기, 안전하게 운행하기, 이 안장과 페달을 밟는 사람과 즐거운 여행하기, 무엇보다 분에 넘치게 달리지 않고,  주변 친구 자전거들,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나보다 못한 자전거도, 나보다 잘난 자전거도 없음을 알기. 누구든 태워주기. 함께하면서 행복하기.



외관을 살펴보기로 한다.

탄탄하고, 아담하고, 열심히 달리게 생겼고, 어디에서든 달릴 수 있어 보였다. 물론 거친 길은 사양할 것 같다. 강단이 있다는 뜻이다. 색깔이 메탈 그레이고, 바퀴는 아주 작다. 기어는 잘 든다. 10단이다.



이렇게 브레인 스토밍을 해보니, 이 자전거에 대해 든 생각과 느낌은 자연과 함께하고, 누구와도 어울리는, 강단있는 친구라는 것이다.


그럼 이름을 붙여볼까.

자연아! 조화야!  강단아!


이렇게 붙이는 것은 좀 입에 붙지는 않는다.


한자의 힘을 빌려야 하나?

산수의 수, 운행할 운. 수운아! 운수야!

자연의 연, 어울림조 연조야! 조연아!,

푸를 청, 어울림 화합 화, 푸르게 어울린다. 청화! 화청아!


한자식 이름은 딱히 와닿지는 않는다.


그럼, 이제 비슷한 느낌의 다른 사물을 생각해볼까.

건빵이, 에너자이저, 비타민, 앗. 영어네.


푸른 어울림, 건강한 어울림. 그냥 이렇게 부를까.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았다.




이제 이름을 지으면

나의 자전거에 곱게 이름 붙여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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