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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브 Aug 20. 2023

무더운 8월 제주도 자전거 여행 후에 알게 된 것

그냥 용감하기만 하면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을.

제주도에 자전거 타러 가자는 말을 건넸다.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한바퀴를 돌았다. 3일이 걸렸다. 그때만 해도 제주도와 자전거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부터 자전거를 타면서, 그때 그 사람이 자전거로 제주도를 돌 정도였으니, 제주도 길이 잘 되어 있나보다 관심 정도는 “생겼다”. 그러면서 문득 문득 자전거, 제주도를 연관 검색으로 알아보곤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가야할 길로, 흔한 표현으로 죽기 전에 가야할 자전거 길로 마음 속 저장.


그리고 이번 여름휴가 전, 밑밥은 아니고, 무심히 동생에게 제주도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다는 정보를 전하곤 했다. 그러면서 끝에는 언제 제주도 자전거 타러 가보자고. 동생 역시 오케이 했다. 동생의 오케이가 떨어지자마자 나는 제주도에 나의 “명품조연”과 동생의 접이식 자전거를 싣고 갈 여정을 계획했다. 처음엔 1박 2일이었다. 다들, 제주도에 너무 짧게 가는 것 아니냐며 나를 말렸다. 내 동생은 내 일정에 맞추겠다고만 했고, 여행을 혼자 가본적이 없어서 나에게 많은 것을 일임했다. (동생보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나는 다양한 루트 중에서 그냥 돈 많이 들고, 시간 많이 들고, 그러나 환상을 갖고 있는 길을 선택했다. 이름하여,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선택한 것이다.


웬만하면 가지 않을 무모한 도전


다른 좋은 날 놔두고…무더운 8월 초, 제주도 자전거 길을 초보자인 나와 더 생초보인 동생이 달리다가 주저 앉은 뒤, 여행을 계획대로 마치지 못하고 올라왔다. 그래도 이 여행에 질리진 않았다. 물론 제주도에서 돌아오며 다음 번에 재정비해서 완주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행 후 일주일이 지난 뒤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번 자전거 여행에는 실패, 무모함, 상처, 바람 등이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였다. 남들에게 이야기해봤자, 가지 않을 길이고.


나도 처음부터 ‘가지 않은 길’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난, 나의 명품조연 미니벨로와 8월 여름의 제주도에서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휴가중인 동생, 내 계획대로 온전히 따라주는 동생과 도전했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뿐인데, 남들은 내 휴가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보고, 다 들은 후에는 꼭 내 걱정을 많이 해준다.


“휴가 어디로 다녀왔어?” 하고 물어봐서 내 경험담을 포장 없이 그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잘했다는 말 한번 들은 적 없고. 그저

“으이구, 용감하구나.” 하는 말만 들었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프로그램처럼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으로 비쳐진 게 틀림없다. 으이구 속에는 나에 애정도 깃들어 있음을 안다.


이번 여행 소재 글이 기행문도 아니고, 정보성 글도 아니고, 그럼?


많은 이들이 여행을 다녀오거나, 자신이 경험한 것을 들려주면서 여행 가이드북 처럼 정보성 자료를 만들어 남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나. 하지만 나는, 내 여행은 정보성 글과는 사뭇 다르다. 그저 나는 독특한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기행문도 아니고, 정보성 글도 아니니, 내 여행 소재의 글에서는 읽는 이들이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뭔가가 떠오른다. 무모함, 괴짜, 웃음. 그래, 내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들 부러워하기는 커녕, 웃었다. 그렇구나! 내 여행은 웃음이 나는구나. 코믹한 여행!


00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이라는 말처럼, 내 여행은 가까이서 보면 사서 개고생, 멀리서 보면 코믹! 이었다. 세상에!

그럼 써도 되는 거 아닐까.  “사서 개고생 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야기, 코믹하니까 일단 쓰자.

코믹의 끝은 인류애 또는 잔잔한 가족애로 마무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동생이랑 갔다왔으니까.


이렇게 내 이야기에 색을 입혀 놓고 글을 써야겠다.




무더위 속 제주도 자전거 여행,

feat 명조연 (내 미니벨로)

#접이식자전거

#유사브롬톤

방식이라 비슷한데 좀더 덩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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