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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브 Aug 20. 2023

제주도 자전거 길 준비과정

1-접이식자전거로 제주도, 무(모)한 도전


제주도+자전거

바람이 나를 뒤에서 밀어줄 것 같은

환상적인 길



명품조연을 데리고 제주도를 누빌 생각을 했다. 이미 많은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달린 경험담을 알려줬고, 숙소나 보급할 곳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곳이라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길은 거의 한 방향으로 되어 있으니 휴대폰 네비를 켤 필요가 없는 것도 좋았다.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는 곳.

이러한 편안함에 기대어 오른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곳, 가다가 어디든 멈춰서 앉아서 사색하며 쉴 수 있는 이곳.

자전거와 제주도는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었다. 자전거 도로 이름마저 ‘제주도 환상 자전거’ 길이니까.


*명품조연: 나의 접이식 자전거 사바파이크 외장10단 이름.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로, 줄임말인지 한자식 배열인지 그러함. 조연아! 하고 부르다가, 내가 조연배우인 것에 생각이 꽂혀, 조연배우의 이중적 의미로 사용해 “명품조연”으로 지어줌. 세글자 “명조연”으로 부르기도.



제주도에 내 자전거 끌고 가자.

재주도에 내 접이식자전거를 갖고 가는 방법은, 비행기 타고 화물로 부치기와 배 타고 이고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배를 타기로 했다. 목포에 가는 방법은 고속열차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나와 동생 것 두 대의 접이식 자전거를 대중교통에 들고 타는 것, 고속열차 짐칸에 두기가 어려울 듯했다. 접이식 자전거를 끌고 열차타고 목포? 처음 가는 코스라 시뮬레이션,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도 제주도 가기 전에 지칠 듯했다. 이 방법은 나중에 명품조연이를 들고 대중교통 타기가 익숙해지면 하기로 하고. 목포까지는 차를 끌고 가기로 했다. 목포에 차 끌고 가서 제주도 여행을 두어 번 한 터라서 거까지 가는 일이 쉽게 느껴졌다.


“집에서 3시간 반이면 금방이네.
새벽 1시 배 타고 가면 자다 일어나면
아침에 제주도잖아.“


동생에게 배로 예약했다고 하면서 덧붙인 말. 동생은 그러자고 했다. 목포에서 새벽 1시에 출발하는 실버클라우드호는 밤 10시부터 승선도 가능하다. 그러니 목포까지 오느라 쌓인 피로를 잊을 수 있게 침대칸에서 일찍 잠들면 되었다. 동생과 나는 다인실 침대로 예약했다. 2일 뒤에 제주도에서 오후 5시에 오는 퀸메리호에는 2인실 주니어 스위트 자리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일요일에 출발하는 실버클라우드호에는 다인실 자리와 이코노미 다인실 자리만 있었다. 두 개의 가격 차이는 얼마 안 나기 때문에 2인실 주니어 스위트 빈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없었다.

가는 편은 찍지 않았고, 오는 편 하나는 찍어뒀다. 기록을 위해 사진찍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짐 가방 달기

접이식 자전거의 장점, 여행갈 때 짐 가방을 앞에 달 수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가방을 이리저리 검색했는데, 동생은 브롬톤이니 브롬톤 여행용 짐 가방,롤백 L을 샀다.

나의 명품조연이도 유사브롬톤이라 가방 거치대가 똑같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거치대에 맞는 전용 가방을 많이 보았다. 너무 커도 안 되고, 너무 작아도 안 되고 적절한 사이즈여야했다.  나는 운전할 때 많이 힘들지 않도록 M사이즈로 샀는데, 비교해보니 몇 개 둘어가지 않아서 반품을 했다. 결국 비슷함 가방들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가격차이도 얼마나지 않아서 동생 것과 같이 L 사이즈 가방을 샀다. 우리 둘이 서로 공유할 건 아니니까. 각자의 가방으로.


짐 가방 달고 시범 주행하기

그럼 이번엔 실제 짐을 싣고 달려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무게면 될까? 여행할 때 필요한 걸 이것저것 넣어보았다. 가득 채워서 오르막도 내리막도 달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신기한 잡을 발견했다. 짐 가방이 앞에 달려도 핸들 조작에는 간섭이 없었다. 전체 무게는 무거워져서 오르막이나 주행시 묵직함은 느껴졌지만. 그래서 우리는 가져가기로 한 짐들을 다 챙겨서 넣었다.


가방 부착 후 주행 연습

따릉이로 이동할 때도 가방을 등에 메고 달릴 때와 바구니 안에 넣을 때 그 차이는 상당하다. 작년에 자전거를 구입 시 바구니 유무에 상당히 갈등했었다. 결국 MTB에 바구니를 달았는데 무거운 가방을 넣으면 핸들 조작시 무게가 느껴져 살짝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등에 메는 것보단 나았었다. 가방에는 10kg 까지가 최대라고 되어 있는데, 기존 가방에 거치대 프레임이 나름 무게가 나가니 짐 무게는 어쨌든 줄여야했다. 2박3일이지만 옷을 세탁해서 입을 수 있는 편한 소재로 준비하기로 했다.


준비과정 굿


생각해보니, 나도 준비를 상당히 열심히 했었다. 내 기준으로 안전하게 대비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대비를 못한 건지, 계획대로 못하고 돌아왔으니…



처음엔 내가 무모하게 떠났다고 생각했다. 준비과정을 되새겨보면서 느낀 것은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잘 준비했던 것 같은데. 내겐 여행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현지에 가서 부딪히면서 해결해가는 것인데,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편이었다고 생각했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 완주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다음을 못했던 것이다.


동생과 2박3일 자전거를 타며
새로운 환경에서 내 자신에게 몰두하며 달리고 싶었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시간,
 두 바퀴로 제주도를 여행하고 싶은 소원.



무엇이 나의 여행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했을까. 준비성 부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에 잠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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