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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Jun 24. 2018

근황 + 협업의 방법

프리랜서를 꿈꾸지만

출근한지 일주일이 조금 더 지났다. 방송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 리소스가 많은 방송사에서

2 영상 콘텐츠 중심의 뉴미디어 프로젝트를 하는데

3 궁금했던 뉴스랩 펠로우십 수료생들과 함께 작업하는 거고

4 방송사는 집에서 가까워 출퇴근이 편한데

5 이미 잡혀있는 일정에 대한 배려를 해주기로 했고

6 3개월만 하면 되는 단기 프로젝트이며

7 현재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내 상황에 맞았다.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뉴스, 뉴미디어, 혁신 어쩌구 저쩌구'라며 떠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필드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다. 그간 필드에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미디어-콘텐츠-플랫폼을 글감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훈수 두는 역할이 메인이었다. 여기에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해 보지도 않았는데' 세상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고, 그런데도 일이 그 따위로 굴러가는 데는 대체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고, 알면서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어느 수준의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지금 담당하는 역할은 스크립트 1차 책임? 정도 된다. 일 시작한지 3년 정도 된 주제에 이런 일을 맡았다는 게 사실 좀 그렇긴 하지만, 이미 업계의 전반적인 관행과는 따로 놀아야 하는 길을 가고 있으므로 뭐 대수인가 싶다. 현재 이슈를 고르는 일,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일을 주도하며 그 외에 연출회의, 촬영 등을 돕는다. 콘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반적인 시간 관리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아직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라서 이 정도 일만 하고 있다.

프리미어....!

영상을 배워야겠다


그래서 현재 1순위 과제는 영상 프로그램을 익히는 거다. 나 빼고는 다들 할 줄 아니까 물어볼 사람도 많아 배울 환경도 좋다. 조금 해볼까 하고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촬영 파일을 몇 개 가지고 왔는데 얼마나 만져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글을 좋아한다. 그간 영상을 배워야 겠다... 생각만 했지, 실제로 실행에 옮겨본 적은 없다. '영상은 어떤 감각의 영역일 것 같고, 내가 해도 차별성을 가질 수 없겠다' 싶어서 시작도 전에 포기했다. 장기적으로 봐도 글 쓰는 일 하고 싶은 나에겐 문장 하나의 전달력을 고민하고, 좋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집단에서 기본적인 수준도 못하는 건 (개인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안 되면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분업화가 필수인 팀 프로젝트다. 프로젝트가 크면 남이 뭐 하는지 몰라도 돌아갈 수 있어야 하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으면 서로가 하는 일을 이해하는 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원활한 분업화는 다른 단계에서 팀원들이 하는 일의 성격과 느낌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에 달려있다.

이만한 짤이 없다

팀 프로젝트를 잘하려면


대학 다닐때 기를 쓰고 조모임이란 조모임은 최대한 피해놓고 이런 말을 하는게 웃기긴 하다. 당장 면접 같은 장소를 가서 협업 잘 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협업 싫고 혼자하는 거 좋아합니다' 당당하게 떠들고 다녔다. 왜요? 라고 물어보면 '저는 모든 일정을 제가 컨트롤 할 수 있어야 맘이 편합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거는 뭐 기본적으로 남을 못 믿는다는 말인데 인성 무엇. 사실 내가 짐이 되는 게 무서워서 피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팀 프로젝트 싫어해도 이걸 안하면 커리어 자체를 쌓기가 어렵다. 장기적으로 혼자 놀 수 있는 프리랜서를 꿈꾸더라도, 지금 당장은 팀 프로젝트를 잘 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팀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방법론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프로젝트는 모든 구성원이 동시에 일을 진행해도 괜찮다. 전체의 각 부분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존재하면 따로 일해도 된다. 이런 방식에서는 조율자의 배분능력이 중요하다. 구성원 능력을 감안하고, 각자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수준으로 일을 쪼갠다. 일차적으로 완료가 되면 후작업을 통해 필요한 수준의 통일성을 부여하면 끝난다. 합체로봇 같은거다. 혼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뭉쳐서 더 커다란 효과를 낸다. 대체로 기획기사 같은 작업이(일반적인 예시는 아니지만 당장 생각나는 게 이것...) 여기에 해당한다.

이거 살까말까 진짜 너무 고민된다...가오파이가도 나오는데

반면 순차적으로 작업물이 넘어가며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팀 프로젝트가 있다. 촬영이 그렇다. 현재 우리 팀의 작업 흐름은 다음의 순서를 따라간다. 중간중간 회의를 빼고도 이 정도다.


이슈선별

스크립트 제작

촬영

자료 찾기 + 컷 편집

종합편집

모션 / 디자인 작업

퍼블리싱


이전 단계에서 마무리가 안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넘겨주고, 넘겨주고, 넘겨주는 방식이므로 내버려두면 단계별 렉이 걸린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어디에서 적절하게 단계를 쪼갤 수 있을지, 자기 단계가 아닌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노는 인력은-어떤 종류의 작업을 해야-전체적인 작업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중간에 있는 한 두 단계의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고 전체적인 작업 시간이 빨라지진 않는다. 다음 단계들이 그대로면 어차피 결과물이 나오는 시점은 같다. 하나에서 50분 줄이는 것보다 각각에서 5분 줄이는 게 결과적으로 낫다.


그래서 다른 팀원의 작업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부드럽다. 자기가 맡은 작업만 알고, 그것만 잘 하려고 하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간만 오래 걸리고 만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든다고 꼭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단계별-유기적 구성을 통해 계단이 아니라 경사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은 영상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것. 폐 끼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지만 이 외에도 배운 게 많은데, 그건 다음번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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