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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Jan 02. 2019

14F 리뷰

일사에프와 서비스 저널리즘


일사에프는 서비스!


대체로 언론사는 스스로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을 만든다.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이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데 있고, 이 분야에서 언론만큼 전문성이 있는 주체를 찾기는 어려운만큼 타당한 생산방식이다. 다만 요즘엔 매체가 너무 많아서 견제와 감시만 잘 한다고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스마트폰에서 스크린 타임을 잡아먹는 모든 서비스와 광고 수익을 두고 경쟁해야한다. 기본 기능만으로는 생존에 필요한 수준의 주목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게 서비스 저널리즘이다. 서비스 저널리즘은 ‘독자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개념이다. 원래 해 오던 일(감시와 견제)에 더해 독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까지 만들어줘야 한다는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결과다.


내가 합류했을 때 일사에프의 기본적인 방향은 이미 뚜렷하게 잡혀있었다. 처음 일사에프에 와서 한 일은 비효율적인 워크플로우를 개선해 MBC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생산성을 확보하고, 스크립트가 일사에프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전달방식이 될 수 있게 틀을 다듬은 것 정도다. 일사에프가 초기부터 유지하려 했던 개념은 ‘굳이 신문이나 방송으로 뉴스를 보고 싶진 않지만, 간결하게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 서비스’ 였다. 물론 일사에프를 만들거나 엮여있는 다른 주체들이 생각하기엔 ‘어 그거 아닌데’ 싶을 수 있지만 하여간 내가 봤을 땐 그랬다는 거다.

일사에프가 이미 존재하는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엠빅뉴스 등등과 같을거라면 만들 필요가 없다. 일사에프가 기존의 뉴미디어 채널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지점은 ‘서비스’라는 것에서 만들어진다. 일사에프는 여타 채널처럼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에서 경쟁력을 버는 팀은 아니었다. ‘뉴스는 안 보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은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일사에프가 상정한 수요자를 기준으로 뉴스 가치를 다시 세팅하고, 재배치한뒤 타겟에게 맞는 방식으로 매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아나운서의 말과는 다른 어휘를 사용한다거나 요즘 애들이 쓰는 말을 쓰긴 했지만, 전달방식만 놓고 생각하면 딱히 특별할 것 까진 없는 전달방식을 사용했다. 이게 특별해보였다면 그건 그냥 일사에프의 주체가 기성 미디어인 MBC였고, 전통뉴스의 상징같은 아나운서가 메인에 섰기에 생긴 착시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템이나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대단히 신박했다든지, 스크립트의 설명이 유별나게 매끄러웠다든지 하는 뉴미디어스러운 장점이 일사에프에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이미 OO에서 한 건데, OO에서 더 잘했는데


초창기에 내부나 외부에서 박한 평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람은 스무명 남짓 붙어있는데 결과물이라고 내놓은 하루치 영상 콘텐츠 하나, 한 꼭지를 뜯어보면 조금 독특한 형식 외에 매력적인 지점이 딱히 없다. ‘어 이거 이미 OO에서 했던건데’, ‘OO에서 더 잘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한두번 들어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비스로 기획된 일사에프의 장점은 개별 콘텐츠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일사에프는 가볍게 보기 좋은 형식으로 - 주요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으며 - 유용한 소식과 왠지 알아야 할 것 같은 소식을 훑어볼 수 있고 - 매일 나온다. 딱히 내 타임라인에 공유할 것 까진 없지만, 평소에 뉴스를 찾아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좋아요 눌러놓고 매일 받아볼 만 하다. 이런 점에서 일사에프는 기존의 영상 뉴스 채널보다는 오히려 뉴스레터에 가까운 서비스다.

 

우리가 하나의 콘텐츠를 잘 만들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우리가 준비한 여러가지 소식을 모두 접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알게 된다. 이 하루가 반복될수록 사람들이 일사에프에 ‘효능감’을 더 느낄 수 있다. 서비스의 강점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이 디테일을 채우기 위해 허락된 여건 하에서 최대한 노력했다.



일사에프의 디테일


이 디테일을 가장 잘 설명하는게 일사에프의 디자인적 특성인 트랜지션이나 키워드, 네비게이션의 존재다. 어떻게 보더라도 지금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요소들이다. 가을에 1차 리뉴얼을 거치면서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도 서비스의 개별 요소가 가지고 있었던 목적을 어떻게 살리면서, 영상 콘텐츠라는 형식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조율점을 찾는 거였다.


구성도 마찬가지다. 내가 일사에프 초창기에 중요하게 체크했던 데이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상위타겟’ 우리가 상정한 유저에게 잘 닿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치다. 다른 하나가 ‘타겟유지(완청률)’다. 일사에프는 개별 뉴스를 개별 콘텐츠로 전달하는 채널이 아니다. ‘이거 하나만 봐도 뭔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줘야한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구독자에게 닿아야 한다는 미션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그랬을 때 4꼭지의 구성이 무척 중요하다. 중요한 건 1번과 4번이었다. 1번은 중요하면서도 여러 이유에서 구독자가 쉽게 인게이지 될 수 있는 소식이고, 4번은 하드한 종류의 뉴스라서 쉽게 보게 되지 않지만 나름 중요한 정보들이 주로 배치됐다. 2-3번은 1번에서 들어온 사용자를 4번까지 끌고 갈 수 있게 돕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꼭지 하나의 완결성은 물론 전체 구성의 완결성을 고민했다.


이외에도 거의 모든 지점에서 디테일을 신경써서 일사에프를 만들었다. 아이템 선정부터 발행까지 모든 단계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노력했다. 일사에프에서 하나의 영상을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요소는 ‘타겟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더 잘 알 수 있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강다솜 아나운서


일사에프의 가장 전면에는 강다솜 아나운서가 있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다솜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끌어내려고 했다. 보는 사람이 다솜님을 좋아해야 우리 서비스를 더 주의깊게, 집중하고 볼 수 있고, 또 보러 올 수 있다. 톤앤매너에서 가르치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연출했다. 영상에서 다솜님이 어떻게 보이는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고, 코디도 몇 번의 실험을 거쳐서 안정적인 스타일을 찾아낸 결과물이다. 일사에프에서의 강다솜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리서치를 했고, 이런 저런 실험을 했다. 일사에프가 이만큼라도 하고 있는 건 앵커를 그저 ‘말하는 사람’으로 가둬놓지 않았던 게 컸다고 생각하고, 당연하지만 다솜님의 역할이 가장 크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어쨌든 목적에 맞게 잘 순항했다. 초반 유튜브 전략의 부재로 유튜브에서는 힘을 크게 못 썼지만, 페이스북에서는 6개월 간 3만8천여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브랜딩도 성공적이고 이 외에 유저 인게이지먼트를 볼 수 있는 지표들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물론 이것보다 더 빠르게 양적인 지표를 끌어올렸다면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사에프는 어디까지나 MBC의 실험 중 하나고, 여전히 실험 단계다. 앞으로 더 자리잡으려면 일사에프의 존재 이유를 MBC내의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처음에 팀에 합류했을 때 ‘일사에프를 좋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서 MBC에 넘겨줘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어쨌거나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목표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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