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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Sep 22. 2019

'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노리는 것

TV를 이용한 인터넷 방송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인터넷 방송'


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끼 아이슬란드 간 세끼(이하 아간세) 가 시작됐다. 아간세가 TV에 정규 편성되는 프로그램이지만, 20분에 달하는 본편과 사전 라이브 포함 기타 클립이 유튜브에 올라오는 만큼, 아간세가 주로 타겟하는 메인 채널은 인터넷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나영석 PD의 '구독자 100만명 돌파 시 달나라 여행'도 그래서 나온 농담(달나라는 못 갈 거 아냐...)이다. 22일 기준 채널나나나의 구독자는 36만명 이상. 이제 첫 화가 나간 걸 생각하면 달성하지 못 할 수치는 아니다. 아간세 풀버전 에피소드 1-2편은 각각 137만, 150만뷰를 기록했다.



아간세의 메인 채널이 인터넷이라는 게 왜 중요할까? 아간세는 인터넷에서 방송사 급 콘텐츠의 제작 가능성을 따져보는 프로토타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대세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인터넷 비디오 시장의 단가는 아직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 규모 있는 콘텐츠 제작사 기준, 유튜브는 아직 홍보수단이나 미디어믹스 등으로 광고비를 올리는 보조수단에 가깝다. 인터넷 콘텐츠 전용 광고는 단가가 많이 올라왔지만 TV 수준까진 아니다. 수십 명 단위를 운용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가 유튜브만 믿고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된다. 인터넷에서 잘 나가는 와썹맨, 워크맨 같은 채널도 실제 제작진은 TV와 한참 차이가 난다.



아직도 TV 광고?



세상 모든 사람이 유튜브만 보는 것 같은데 아직도 TV광고가 더 받는 이유는 뭘까? 'TV광고는 대세감을 준다' 같은 이유일 수도 있고, 레거시 채널에 대한 관성 같은 걸 수도 있다. 실제 재력을 가지고 있는 구매층이 TV를 본다는 실질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과도기적 특성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전체적인 파이로 봤을 때 TV는 하향세고 인터넷이 상향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인터넷이 '실질적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 외에도 장점이 더 있다. 최근 광고는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이뤄진 기술 발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거의 모든 광고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거쳐서 개인에 맞게 타겟할 수 있으며, 클릭 - 구매전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밀한 성과 측정이 안 되는 TV와는 다르다.(** 지금은 TV도 인터넷으로 보는 IPTV의 시대이기에 좀 다른 시도가 가능하긴 하다.) 브랜드나 제품 노출 측면에서도 인터넷이 낫다. TV는 공공재 취급을 받는 전파를 쓴다.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광고는 블러나 테이프 같은 이런저런 규제를 받는다. 인터넷은 훨씬 자유로운 형태의 광고가 가능하다.



그럼 아간세는



아간세가 흥미로운 지점은 "어쨌거나 정규편성된 TV프로그램이지만 본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사실상의 인터넷 콘텐츠"라는 데 있다. 채널나나나를 보면 여타 TV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제작에 도움을 준 광고주인 삼립호빵, 호텔스컴바인, 네파 광고는 TV와 인터넷 중 무엇으로 분류될만한 돈을 지불했을까? 미디어믹스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아간세는 본질적으로 인터넷 콘텐츠이지만, 제 값을 받고 이 공간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테스트하기 위해 TV를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 물론 이는 매체를 넘나들며 영향력을 만들어 온 나영석PD 제작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예고편'


신서유기는 실험


신서유기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신서유기는 나영석PD의 첫 인터넷 콘텐츠 실험으로 시작했다. 조회수는 잘 나왔지만 나영석 PD는 신서유기를 두고 실패라고 진단한 적이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방송은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고, 가격이 어느 정도라는 나름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아직 정립도 안 돼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가격도 쌌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유통됐던 신서유기가 이후에 TV로 편성된 이유다.


애초에 신서유기는 B급 감성을 코드로 인터넷 세대인 젊은 시청자들을 목표로 하고 만들어져 왔다. 삼시세끼나 -식당 시리즈처럼 기존 TV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연령층을 타겟하고 있지 않다. 처음엔 인터넷 전용으로 만들어졌고, 이후엔 선 인터넷 공개 후 TV 방영을 시도했다. 꽤 중요한 '비방용' 클립들을 인터넷에 풀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신서유기가 시도해 온 이런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아간세는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까? 성공한다면 이후의 프로그램은 어떤 컨셉을 가지고 나올까? 그게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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