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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Aug 03. 2021

유튜브에서 뉴스 만드는 사람들

어떻게 일하고 있는 걸까요

두 곳의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영상 뉴스 제작자로 일을 했던 기간만 얼추 3년 정도 된다. 3년 약간 안 되나? 물론 나는 여전히 뉴스 뉴미디어의 영역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긴 한데, 어쨌든 커리어의 두 번째 단락을 매듭짓기는 한 터라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본다. 이렇게 뭔가 쓸 여유가 있을 때에는 애펙 공부를 좀 해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는데 애펙이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조금 귀찮더라고... 서랍에 예전에 써 놓은 글이 있어서 그걸 중심으로 보충해본다. 사실 브런치에 내 업무 관련 좀 좋은 얘기만 썼나 싶어서 밸런스 맞추는 느낌으로 쓰는 거라 까는 게 많다. 허심탄회하게 90% 정도만(?) 솔직하게 적어본다.


"90%"


내가 스브스뉴스나 비디오머그도 경험을 해 봤다면 방송 3사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 리뷰가 될 테지만, 앞으로 이런 프리랜서는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쓸 수는 없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바닥이 뭐 엄청 넓은 것도 아니고, 직간접적으로 들은 게 있다 보니 대충 다 알긴 한다. 그냥 제목에 그런 어그로를 끌 수 없다는 게 아까울 뿐임.


회사 문화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 본질적으로는 고만고만하다. 내가 지금부터 아래에 적는 이야기는 비단 내가 일했던 회사에만 한정되어서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바닥에서 뉴스로 유튜브 하는 제작자들에게 두루두루 해당하는 사안으로 봐도 무방하다.



비정규직 백화점의 위엄



방송국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의 인간을 여러 명 굴리는 데 최적화된 집단이다. 회사가 뉴스나 프로그램으로 좋은 말을 얼마나 떠들었는지는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정권 때문에 짤린 뒤에 투쟁한답시고 노동조합 이끌면서 목소리 높였던 기자가 사장되니까 자사 비정규직 작가 문제에 대해서 찍소리 하나 못 하는 걸 봐라. 애초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곳이다.



뉴스 유튜브 제작팀도 방송국의 이런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대부분이 프리랜서, 파견 계약직, 인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리랜서가 제일 많다. 대부분 이십대 중후반의 사회초년생으로 구성되고, 이십대 초중반의 인턴이 있으며, 팀장급 이상의 정규직 기자와 몇몇 평기자들이 함께 일하면서 이들을 관리하는 형태로 돼 있다. SBS는 다르다. 정규직 비율이 높다. 하지만 SBS 본사 정규직이 아니고 자회사 정규직의 형태로 되어 있으며 임금 수준도 본사에 비해 많이 낮다. 종합적으로 이 바닥에서 유튜브 뉴스 영상 제작자들 고용의 질은 전반적으로 형편없다고 볼 수 있겠다. 원래 방송을 만들고 있었던 작가나 편집실의 인력들, AD, 리서처 등등 대체로 큰 차이 없이 일을 한다. 규모가 있는 업체 중 이 바닥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채용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중앙일보/jtbc 뿐이다. 거기는 뉴스 제작 피디들을 정규직으로 뽑는다.


방송사 뉴미디어 프리랜서는 프리랜서지만 프리랜서가 아니다. 대다수가 '상근 프리랜서' 같은 이상한 형태로 근무한다. 프리랜서라는 말에 상근이 붙는 게 말이 되나? 직원 아닌 사람들이 직원처럼 출퇴근을 하고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다. 출퇴근은 남들과 거의 똑같이 하지만, 직원이 아니라서 회사를 다녔을 때 받을 수 있는 각종 안전망에서 비껴나있다. 무슨 거창한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야근에 따른 보상도 제대로 없고 휴가도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렵다. 건보료나 국민연금도 부담스럽다. 심지어 제작에 필요한 장비나 아카이브 자료 등 회사가 보유하는 리소스를 쓰는 것도 매끄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사 디지털 부문의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지를 논할 때 웃기게도 이런 '직원이 아닌 인력'들이 얼마나 직원처럼 편리하게 리소스를 쓸 수 있는지도 들어간다.


이런 이상한 종류의 프리랜서지만,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프리랜서지만 월급처럼 고정적인 임금을 받는다. 처우가 굉장히 안 좋은가? 하면 그건 회사마다 달라서 그렇다고 단언하긴 어려운데... 나는 개인적으로 막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방송국 정규직이 받는 월급과 비교하면 곤란하긴 한데, 애초에 방송국 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사회 전체적으로 놓고 봐도 꽤 높은 편이니까. 그냥 초년생이라면 경험 상 다닐만한 정도는 된다고 본다. 어느 정도인지는 검색 조금만 해봐도 나옴.


월급 어디 갔냐


프리랜서니까 개인 노력에 따라서 외부 작업을 할 수도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매일 같이 업무를 하면서 소위 이 '사이드 잡'을 하려면 주말이나 저녁 시간을 털어야 하다 보니 '할 수 있다'는 거지, 쉽지는 않다.


휴가나 쉬는 문제 등도 보장은 안 되지만 그-렇게 까지 나쁘진 않다. 이런 건 운영해왔던 관행이나 담당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이것도 그냥 뭐...휴가도 없이 부려먹고 그 정도는 아니다. 회사 따라서 그래도 챙겨주려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매끄럽진 않지만 회사의 리소스를 쓰는 것도 장점이다. 제작비랄지, 아카이브랄지, 자리랄지, 장비랄지, 정수기 물이랄지 뭐 그런 것들. 이미 장비 대여 업체와 거래가 수 차례 있었기 때문에 장비 대여도 굉장히 쉽다.


아 혹시 그럼 방송국과 달리 비정규직을 덜 굴리는 신문사는 상황이 나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신문사에서 유튜브 뉴스 만드는 친구들은 계약직이거나 인턴인 경우가 많은데(요새는 그래도 정규직 비율이 올라가는 편), 계약 형태만 따지면야 프리랜서보다 낫겠지만 이런 시스템이 없는 탓에 생기는 더 거지 같은 문제들에 직면하곤 한다. 리소스가 없어서 편집할 영상 자료 찾는 어려움은 기본에다가 심한 곳은 당연하게 개인 장비를 쓰면서 '프리랜서니까'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진짜 기가 차는 일이다. 편집용 피씨도 이백은 우습고, 카메라도 어지간한 중급기 이상 사려면 마찬가지로 이백은 우습게 써야 하는데 이걸 개인에게 돌리는 집단은 개인적으로 정말... 양심이 없는 곳이다. 혹시나 이 쪽으로 경험을 쌓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



경력이 없으면 못 들어갑니다



엄청 좋은 환경도 아닌 주제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포폴이 빵빵하거나, 경력이 이미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일을 하게 된다. 따져보면 당연한가? 이 일은 무슨 신입을 뽑아서 교육시켜 쓰는 게 아니고 바로 내놓을 수 있는 영상이라는 상품을 납품받는 구조다. 퀄리티도 낮지 않은데 제작 기간도 길지 않다. 그러니 이런 팀에 합류한 사람들은 길어봐야 1-2주 후부터는 꾸준하게 생산물을 내야 한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포폴 사기(저는 프리미어 상, 애프터이팩트 상 입니다) 등을 쳐서 혹시나 뽑히더라도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인턴도 그렇다. 어떤 의지...소질...마인드...그런 걸로는 아예! 까지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어려운 것 같음. 뭐라도 실질적으로 제작을 좀 해 본 사람이 된다. 되게 작은 경력이더라도 바탕으로 쌓고, 쌓고, 또 쌓으면서 포폴을 만들어야 가능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듯.


물론 좋게 생각을 해 본다면 실력을 쌓아서 뭐라도 만들어 본 사람이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학벌이나 점수, 대외활동보다는 증명할 수 있는 실력이 무조건 앞에 있는 집단이라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요새 취업시장이 어려운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국 일이 재밌어 보이는 탓인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는 꽤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론 비교적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고 - 취업을 위해 경력이 필요한 젊은 제작진과, 저렴하고 단기적으로 쓸 수 있으며 '요즘 애들 감각을 잘 아는 젊은 제작진'이 필요한 언론사의 니즈가 서로 맞는 포인트가 있다고 본다.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고... 뭐 현실이 더러우니 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엄청 안타깝거나 그렇다고 하기도 어려운 게 너무 사회 전반에 이런 양식들이 만연해 있어 가지고.... 하여튼 배우면서 하고 싶으면 입사 후 교육이 존재하는 공채를 찾아가시라.



내가 다니는 회사를 회사라 부르지 못하고~



이거 완전 서자가 따로 없다



무시당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정규직이 아니라서 생기는 문제인지, '뉴스는 기자님들이 만드는 것이다'는 인식이 뿌리 박혀서인지, 아니면 둘 다 일수도 있고. 기자가 뭐 그렇게 대단한 직업이라고 권위를 내세우는 인간들이 어딜 가나 빠지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방송국이나 언론사가 쓰레기 집합소라는 말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 좋은 선배들의 비율이 더 높다. 이건 그냥 특정 부류의 거지 같음을 선사하는 인간이 어딜 가나 꼭 있긴 하다는 의미로 보면 좋겠다.


애초에 뉴스로 뉴미디어 만드는 인력이 그렇게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다가, 뉴미디어 쪽 인력을 '기술자' 취급하는 경향도 있다. '기술자 취급'이 무슨 말이냐, 기자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기자나 어떤 보도에 들러리를 세우거나 장식물을 얹는 느낌으로 뉴미디어를 대한다는 거다. 자기들은 고상한 '저널리즘' 하는 사람들이고, 뉴미디어 피디나 제작자들은 그걸 그냥 좀 가공해주는 사람으로 여긴다.


이 바닥에서 종종 쓰는 말인데, 인간 프리미어-인간 에펙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냥 옆에서 기자가 지정해주는 데로 영상편집 툴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구현만 해주는 형태의 작업을 말한다. 이딴 건 분업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영상의 전달 방식과 표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취재기자 출신들이 이래라저래라 결정하는 것도 덤으로 웃긴 포인트. 대체 왜 취재나 잘할 것이지 다른 영역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는 건인지는 정말... 아직도 잘 모르겠네.


보통의 펜 기자들은 대부분 영상에 대해서 잘 모른다. 방송국 취재기자도 온 마이크 하거나 녹음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영상 제작에 대해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모르는 건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기자는 취재가 일이니까. 취재만 잘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영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요청이 가끔 기분 나쁨을 넘어서 제작에 곤란함을 주는 데에 이른다는 거다. 말도 안 되는 시간이 영상을 만들어 내라고 요구한달지, 말이 안 되는 수준의 작업을 요구한달지 등등... 영상 제작에 대한 무지와 시건방짐이 조합된 최악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음.


말을 해 봐요


얻는 게 아무것도 없진 않고요



안 좋은 얘기를 줄줄 적었지만 그렇게 못 할 일은 절대 아니다. 좋은 점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그래도 그냥 뉴스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뉴스이기 때문에 어떤 반향을 일으켰을 때 보람이 있다. 두 번째, 제작진이 대체로 다 또래이기 때문에 친구들이랑 회사를 다니는 느낌도 든다. 세 번째, 문화가 썩 좋다고는 보기 힘든 언론사지만, 뉴미디어 팀에선 기존 제작 방식과 다른 DNA를 심겠다고 조금 더 자율적인 분위기로 운영해서 꽤 화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회사를 다닐 수도 있다(이건 회사마다 다름 주의). 네 번째, 노력 여하에 따라 영상 제작 실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고 포폴 만들기도 좋다. 맨날 뭘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킬이 늘게 돼 있다.


그래도 요즘엔 뉴스에서도 뉴미디어 관련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추세라서 정규직으로 할당하는 경우도 생기긴 한다. 그런 직군을 노린다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경험이란 것도 장점.


방송국을 체험해보고 싶거나, 저널리즘에 뜻이 있어서 뭔가 다른 뉴스를 만들고는 싶은데, 공채 시험 치는 쪽은 죽어도 못 하겠다 싶으면 뭐.... 조금 어렸을 때 이 쪽에서 일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확고하게 개인 커리어를 쌓을 생각이 있어서 그 일환으로 하고자 하는 것도 추천. 바로 실무에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실력 쌓기에도 좋다. 공채를 준비하는 중간에 경험-경력으로 쓰기 위해 일을 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소규모의 팀이지만 영상 제작의 이런저런 것들을 배울 수 있음. 이런 조직을 찍고 공채 PD로 들어가는 케이스도 굉장히 많이 봤다.


개인적으로는 열악한 부분들이 있지만,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다보니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은데 그것도 좀 자세히 적을 걸 그랬나...싶지만 본문에 뭘 너무 많이 적었으니까 대충 여기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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