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교통상황
오토바이가 무지막지하게 많다. 길에 다니는 건 대부분 오토바이다. 차의 숫자는 오토바이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베트남은 차에 세금을 많이 매겨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오토바이도 한 사람이 타는 것만 있는게 아니다. 두명 세명은 기본이다. 아빠가 엄마와 아이를 태우고 가고, 엄마가 애 둘을 태우고 가고, 애가 애를 태워 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짐도 올려 타고 간다. 묘목을 배달하는 사람, 장 보러 가는 사람, 하교하는 사람 모두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동남아에서 잘 쓰이고 있는 운송 서비스인 그랩 오토바이도 잘 보인다. ‘동남아 우버’ 정도의 포지션이다. IT매체에서 일했었다고 이런게 눈에 들어오네… 초록색이라 눈에 확 띈다.
어딜 가든 오토바이가 넘쳐난다. 올드 쿼터 쪽에 숙소를 잡았는데, 여기는 신호도 제대로 없어서 그런지 무질서의 끝을 보여준다. ‘미쳤다’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빵빵거리는 소리가 귀청을 내내 때린다. 호텔까지 남은 거리는 10km가 안 되는데, 구글맵이 알려주는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을 넘겼다. 차는 가다서다를 수도 없이 반복했고, 머리는 차에 맞춰 앞뒤로 흔들리며 멀미를 쌓아갔다. 이 차 앞에는 대체 오토바이가 몇 대 있는지 가늠이 안 된다. ‘이래서 도착은 하겠나’ 싶을 정도. 이 도로에 통용되는 거의 유일한질서는 ‘우측통행’ 하나다. 줄도 없고 순서도 없다. 교차로는 정말 지옥이다. 아니 대체 어떻게 사고가 안 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 하루 3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해서 심각한 문제라고 하더라. 그렇지만 내가 보는 풍경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사고가 하나 나야 자연스러울 것 같다.
숙소에 겨우 도착해서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나왔다. 코를 찌르는 매연까지는 이해하는데, 대체 어떻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싶다. 인도는 주차된 오토바이와 인도까지 뻗어 나온 매장의 간이 의자와 테이블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곳은 인도와 차도의 경계, 그러니까 차도 가장자리밖에 없다. 버스, 오토바이, 씨클로(인력거), 사람, 택시, 자가용이 혼재된 10m 남짓너비의 공간. 날치기를 당할까 가방을 부여잡고 구글맵을 보다가, 거리상황 보다가, 나를 앞지르고 막아서는 오토바이를 헤쳐가며 걸었다. 타지에서 돌아다니다가 사고라도 나면 부모님한테 작살난다. 조심할 이유는 넘친다.
다음날 오후까지 한참을 걷고 나서 베트남의 교통에 익숙해졌다. 최소한으로 조심하기만 하면 사람이 치일 일은 거의 없지 싶다. 차와 오토바이는 그렇게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 현지 가이드도 ‘미쳤’다고 표현하는 교통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도로 위의 많은 것들이 꾸물꾸물 움직인다. 적당히 갈 길 가면서 양보도하고, 무시하고 먼저가기도 하고. ‘설마 들이 받기야하겠어’하고 걸어다녔는데 안 다치고 돌아오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