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목적
반쎄오는 베트남식 크레페다. 반죽을 얇게 두르고, 돼지고기, 숙주, 새우등을 넣어 익으면 반달 모양으로 접는다. 이걸 각종 야채, 라이스페이퍼, 느억맘 소스와 함께 낸다. 라이스페이퍼에 원하는 야채를 올리고, 반쎄오를 올려서 둘둘 싼다. 이걸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반쎄오 뒤에 붙는 이름이 조금 달라지는 모양인데, 반쎄오 달라고 하면 알아서 준다. 먹어본 적 없다고 하면 먹는 방법까지도 알려준다. 노란색이라 계란 지단처럼 보이는 데 아니다. 쌀가루 반죽에 섞인 강황가루 때문이다. 먹을 때까지만 해도 계란인 줄 알았는데 계란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니 충격이네...
맛이 없기 힘든 재료 조합이다. 신서유기에서는 ‘향의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하면서, 게임에서 실패하면 못 먹는 프로그램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몇 번 더 주다가 결국엔 사 먹게 한다. ‘이거는 먹어보면 좋겠다’는 이유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었는데-하지만 에머이에서 판다. 1만 5천원, 맛은 먹어보지 않았으니 모름-너무 맛있게 생겼더라. 내가 베트남에 간 이유의 6할 정도는 순전히 이 음식에 있다.
지도에서 신서유기 멤버들이 다녀간 ‘꽌안응온’을 찍고 찾아갔다. '맛있는 식당'이란 뜻이다. 유명한 집이라 규모도 컸고, 관광객도 많았다. 반쎄오 하나만 시키면 부족할까봐 볶음밥도 하나 더 시켰다. 두 메뉴에 음료까지 해서 한화로 1만 5천원이 안 된다. 비싸진 않은 가격인데, 로컬의 다른 식당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 가격이라고도 한다. 씨푸드 라이스를 시켰는데 그게 11만동이 넘었던 것 같다. 한화로 바꾸면 얼마 안 되는 돈인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곳 물가에 익숙해졌다.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 단위가 커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겠다. 아무튼 꽌안응온의 반쎄오가 도착했고,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TV에서 본 대로 돌돌 말아 소스에 푹 찍어 먹었다. '내가 이걸 하려고 여기까지 날아왔구나' 맛은 음, 맛있는데, 조금 약하다. ‘향의 오케스트라’라는 표현은 약간 과장이다.
호안끼엠 구경을 좀 하고, 베트남 여성 박물관도 돌아본 후 시장을 거쳐 분짜 흥리엔을 찾아갔다. 오바마가 다녀갔다는 그 집이다. 홍대 몬비엣에서 이미 너무 맛있는 분짜를 먹고 왔었다. 본토에서, 그것도 분짜로 가장 유명한 집 중에 하나인데 얼마나 맛있을까. 풍성한 야채와 면, 새콤달콤한 소스에 푹 찍어먹는다는 기대감을 가득 안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분짜 흥리엔은 들어서자마자 이 집이 ‘오바마가 다녀간 집’이라는 걸 알 수 있게 오바마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1층에 자리가 부족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오바마 세트에는 맥주가 포함돼 있어서 그거 빼고 분짜와 씨푸드롤만 시켰다. 세트라고 해서 할인 가격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맞게 시키면 된다. 앉아있으면 물티슈와 야채, 면을 먼저 가져다준다. 물티슈는 어느 식당을 가도 보통 주는데, 3천동에서 5천동의 서비스 피를 떼려는 목적이다. 이걸 모르고 처음 영수증을 받아보면 얄미움이 먼저 든다.
이내 돼지갈비가 담긴 소스가 나왔다. 야채를 이것저것 조금 찢어서 넣고, 면을 한 젓가락 떠서 소스 그릇으로 옮긴다. 고기 한 점과 함께 집어 소스가 따라 올라오게 먹는다. 돼지갈비는 한국에서도 냉면집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그 맛이다.
맛있다. 그런데 뭐 엄청 특별한 정도는 아니다. 분짜를 처음 먹어봤다면 충분히 좋아할 맛이긴 한데, 맛있는 분짜 먹어봤다면 비슷하다고 느껴질 맛. 다만 본토에서 파는 음식답게 야채가 무척 풍성한 게 좋다. 소스도 푹 찍어 먹을 수 있게 나와서 먹기 편하다. 양도 훨씬 많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분짜 하나만 시키면 4만동, 한국 돈으로 약 2천원이다. 내가 봤을 때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로 판다면 1만 5천원은 족히 받을 것 같다. 식재료가 저렴한 나라로 여행을 오니 이게 참 좋다.
씨푸드롤은 좀 느끼하다. 이미 배가 불러서 평이 박한 것일 수도 있겠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좋아서 이거 좀 떼서 고기 대신 면, 야채와 함께 먹어도 좋다. 가격은 3만동(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