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글담]의 두 번째 책
시대예보:호명사회 - 송길영
p.21
1인당 GDP가 1,000달러대이던 시기에는 어차피 잃을 것도 없었기에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시도했지만,
3만 달러가 걸린 도박은 꽤 많은 것을 걸어야 하기에 도전 앞에서 신중해지기 마련입니다.
p.22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단일해지고 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삶의 안정성을 얻기 위한 노력이 금전이라는 수단으로 쏠렸고, 경쟁에 지친 이들이 모두 안전해 보이는 일을 탐하며 동일한 트랙의 선착순 경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지친 이들은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지름길을 선택해서라도 이기라고 권하게 됩니다. 잠재적 경쟁자보다 앞서 출발하라는 것입니다. 정원이 한정된 자격을 얻기 위한 상대편가에서의 우위를 남들보다 미리 준비하는 '선행학습'으로 획득하려 합니다.
p.38
불안이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경우는 기후변화에 따른 공감과 대처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먼 미래에 벌어질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성에 민감하고,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미래가 당면할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직접 겪을 일에 대해서 좀 더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양식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의 경우 자녀의 유무에 따라 자신은 살아있을 확률이 낮은 이번 세기말에 다가올지 모른다는 위기에 대해 사뭇 다른 공감을 보여줍니다.
p.80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너그러움'이 될 것입니다. 100가지 체크리스트에서 몇 개가 어긋나도 괜찮다는 이해, 그리고 누군가의 20점도 훌륭하다는 큰 품의 너그러움이 없다면,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나서는 상태에 빠져 옴짝달싹 못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100점 만점의 20점은 그 자체로도 멋진 성취이자 향후 더 나은 점수를 도모하는 훌륭한 출발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경우라도 시작은 중요합니다.
p.85
오히려 실패와 극복의 경험이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각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입니다. 상처와 회복으로부터 얻는 단단한 피부는 더 어려운 역경을 견뎌낼 갑옷이 됩니다.
p.87
부모가 온전히 이성적 판단만으로 자녀의 진로 문제를 탐색한다면, 아이의 특성과 지금 사회의 변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모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꿈과 부모의 의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아이가 이상적 삶을 이루기 위한 현실 속 불일치 인자들을 탐색하는 일들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아이가 '누구나 바라는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희망하는 것은 어쩌면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토끼가 부딪쳐 죽기를 기다리는 사냥꾼'과 같습니다.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이들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자 그 과장된 삶 뒤에 담긴 치열함에 질려버린 채 그냥 "우리 애 어떻게 해요..."라는 불안에 찬 말을 내뱉게 됩니다. 심지어 이 문장은 물음표로 끝나지도 않기에 질문이 아닌 한탄이 되어버립니다.
p.119
지금 사회의 분위기는 누구나 루팡을 꿈꾸는 듯하지만, 동료가 루팡이면 화가 나는 이중적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가장 훌륭한 복지는 좋은 동료'라는 말들이 회자됩니다. 만약 조직의 구성원들이 모두 루팡을 꿈꾼다면 그 조직은 누구도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맡은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업무와 상관없는 일에 적극적인 사람에게 '월급 도둑'이라는 의미로 붙여 '월급 루팡'이라고 부르는 밈이 생긴 것입니다.)
p.172
AI로 무장한 극단적 자동화의 시대에는 과거에 모든 것을 수공예로 만들던 장인과 같은 이들이 오히려 살아남게 됩니다. 그 장인의 우아한 충실함에 우리는 환호하고 그를 존중하게 될 것입니다. 장인을 만나고 장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장인의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업은 부가가치가 점점 커질 것입니다. 이때 가장 소중한 상품은 장인의 '시간'입니다.
p.224
자신의 의지로 연결된 대등한 네트워크는 '연대'로, 누군가의 불안으로 강제된 속박의 네트워크는 '연좌'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 대등함이 연대의 출발이라면 유머의 소재로 자주 언급되는 '조별 과제의 비극'은 연좌에 해당합니다. 서로의 능력을 나누고 각자의 부족함은 선의로 메꿔주는 아름다운 협력은 연대입니다. 하지만 위계로 엮인 관계에서 자신의 의무를 열위에 있는 이에게 전가하는 부끄러운 행위는 연좌라 부릅니다.
p.288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은 큰 바다를 마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출항했을 때는 설레었지만 막상 올라서 보니 망망대해라는 기분에 사로잡혔던 기억을 많은 사람이 갖고 있을 것입니다. 여정의 끝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목적지의 방향성과 나침반을 갖고 있는 이에게는 똑같은 바다도 망망대해가 아닌 모험의 항로가 됩니다.
그렇다면 출발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해야 함을 생각해 봅니다. 답은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꾸준히 해온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만약 그 어떤 것도 꾸준히 해낸 일이 없다면 어떤 메시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왔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아카이브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사람입니다.
... 중요한 가치는 연출된 한 컷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계속하기 위한 자리 독려, 그리고 그 성장의 과정을 기록한 흔적일 뿐입니다. 그리고 훈장처럼 남은 근육의 축적은 자신의 이름에 각오와 성실을 더해줍니다.
... 내가 교류해 온 사람들의 교집합이 곧 '나'입니다. 그리고 내가 남긴 글이 '나'입니다. 내가 좋아해서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일들이 '나'입니다. 내가 남긴 나의 모든 흔적이 바로 '나'입니다. 그 자료들을 통해 '나'의 안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보의 과잉으로 지금 당장 한 걸음을 떼지 못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저 멀리 먼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머릿속 시도만으로 지쳐서 한 발짝도 더못 내딛던 각자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서 첫걸음을 걷고자 할 때, 그 방향은 밖이 아닌 '나'로 향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세상에 불릴 나의 이름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나'는 어느 조직의 대리, 과장, 부장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친구도 아닙니다. 조작과 관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는 누구인가 정의하는 것이 출발에 선 '나의 이름'입니다.
p.325
이제 새로운 호명사회(Nominative Society)가 다가옵니다. 핵개인의 각성은 자립 후 상대에게 인지되고 불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찾고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자립한 핵개인은 각성 후 건강한 연대를 시작합니다. 단순히 부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름을 부르는 상호 호명의 사회는 수직적 통제가 아닌 대등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분산된 협력은 개인의 자립을 북돋습니다. 자립 후 깨어난 핵개인은 스스로의 이름을 찾게 됩니다. 이름은 상대의 존재를 인식하는 수단이나 기호이지만 타인에게 불릴 때 실질적 의미를 갖게 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름이 불리면 그 목소리는 그를 깨웁니다. 이름이 불린다는 것은 존재감이 요청되는 과정이고 그것은 그의 깊은 수련을 추동합니다.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하겠다는 각오가 나태를 물리치도록 독려하고,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각오가 바름을 잊지 않도록 경계합니다.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는 이들의 수평적 연대는 각자가 스스로 완결하여 이름의 값을 해내는 신뢰의 사회를 형성합니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이름에 부응하는 자기 완결성의 사회, 호명사회가 다가옵니다.
송길영 작가는 세상에 불릴 나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불릴 이름?
작가님 그런 거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게다가 조직과 관계에서 불리는 건 또 빼란다
그거 빼면 시첸데...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엄마, 자기, 언니, 민경씨 이런 건데 이를 어쩌나!
지난 2월 6일 PM10:00 독서모임에서 나는 작가님들에게 무엇으로 불리고 싶은 지에 대해 물었다
네 명 중 딱 한 명 은이작가님께서만 불리고 싶은 이름을 찾았다고 했다
그 이름은 바로 '다정한 공감러'
공감러도 따뜻한데, 게다가 다정하기까지 한!
은이작가님 욕심쟁이 ㅎㅎㅎ
작가님께서는 뭔가를 딱! 정해놓고, 그걸 위해 그걸 향해 가는 게 성격상 맞는다고 하셨다
우유부단하고 무계획적인 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호기심 덩어리 wishbluee님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여행을 좋아하며, 바른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맑은 느낌의 봄여사님
그리고, 필명만큼 유쾌하게 살고 싶은 나 김깔깔이
우리 모두 세상에 불릴 멋진(멋지지 않아도 되고) 이름을 찾아 하루하루 조금씩만 더 나은 '나'로 살아가보기로 해요
그렇다고 매일매일 너~~~ 무 애쓰지는 말구요
가끔은 쉬어가기도 하면서 말이에요
이름 찾으면 서로에게 꼭! 말해주기
약속~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