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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타공인 쾌변의 여인
그 여인의 모닝루틴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카누 한잔 하고, 10분 후 화장실을 간다
아주 시원하게 볼일을 본다
가볍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7월 10일경
목이 이상하다
아픈 건 아니다
아파야 병원을 갈 것이 아닌가
목감기라면 부은 느낌이 들고, 침 삼킬 때 등과 어깨가 C자를 그리며 움찔해지는 그런 모션이 나오는데 그렇지가 않다
희한하게 아프진 않은데 불편하다
이물감인 거다
물을 마셔도,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없다
물을 마셔도 그러니, 음식은 말해 무엇하랴
한때는 물살 좋은 계곡이었던 내 목이, 이젠 돌멩이 가득한 개울이 되었다
또 자려고 누우면, 침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없어져야 되는데, 목 뒤쪽 어딘가에 남아있는 찝찝한 느낌
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냔 말이다
가끔 속이 더부룩하거나, 얹힌것 같을 때 탄산을 마시면 속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던 경험이 생각나 혹시나 해서 콜라를 벌컥벌컥 마셔봤지만 역시나다
그건 속이었을 때지 목은 아니었던 거다
7월 20일경
참다 참다 병원에 갔다
환절기 알러지케어로 자주 가던 집앞 가정의학과
증상을 얘기하고, 진료를 보더니 목이 조금 불편할 정도로 살짝 부었다며 약 처방을 해 주신다
그게 아닌 거 같은데... 하는 의심을 하지만, 일단 약을 지어와 며칠 복용해 본다
3일 치 약을 다 먹었는데 역시나 나아지는 기미가 하나도 없다 병원을 옮겨야 할 것 같다
7월 25일경
두 번째로 찾아간 병원은 근처 이비인후과다
아무래도 가정의학과보다 전문적인 이비인후과로 가는 게 맞지 싶다
대표원장님은 휴가 중이셔서, 3 과로 간다
어떻게 오셨어요?
"목이 좀 불편해서요"
지난번 가정의학과랑 다르게 목에 쇠막대기를 쑥 넣고 보더니, 역류성 후두염이란다
식도염도 아니고 후두염?
그건 또 왜? 뭐지?
빠르면 한 달 아니면 세 달에서 여섯 달까지도 간다고 잔뜩 겁을 준다
약을 또 처방받고, 꼬박꼬박 잘 복용해 본다 그러나, 역시 차도가 없다
빨라도 한 달 이라고 했으니, 아직은 턱도 없나보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고, 기운도 없는 것 같고, 영~ 재미가 없다
금요일 밤에 맥주 한잔 하는 낙으로 사는 나인데, 그거 마실 기분이 안 나고, 답답하고 며칠 전에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다시 누웠다
3일 치 약을 다 먹고 다시 병원을 가본다
진료실을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
어떻게 오셨어요?
엥?
어떻게 오셨냐고?
아~이렇게 무심하고, 성의 없는 질문이 어디 있단 말인가
초진도 아닌데, 컴퓨터에 분명 3일 전에 온 기록과 증상과 처방전이 있을진대...
"지난번보다 좀 나아지셨나요? 좀 어떠세요?"
이렇게 물어봤어야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목 때문에 예민해져서 이러는 건가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정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에 와서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 본다
8월 5일경
그렇게 방문한 세 번째 병원은 선생님도 친절하시고 설명도 잘해주시고 용하다는 이비인후과다
기대가 크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아픈 건 하나도 없는데, 이물감이 좀 심하네요."
허리를 숙이고, 목을 치켜들고, 차가운 쇠막대기가 목구멍 저 깊숙이 들어오면 아~하고 소리를 낸다
헛구역질이 나고 눈물이 고였다
역시 역류성 후두염이란다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설명을 해주신다
많이 부어있고, 염증도 있단다
원인이 뭐냐고 여쭤보니, 스트레스일 수도 식습관의 영향일 수도 있다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일단 커피를 끊으세요
뭐라고요 슨생님?
커피를요?
나는 이렇게 세번째 병원에서 친절한 선생님께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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