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이 시작됐다.

by 임석재

나이가 들수록 크리스마스, 새해, 연말의 의미가 흐려진다. 어제 그리고 오늘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열심히 살았던 어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오늘, 성실히 살아갈 내일이란 뜻이다.


아내와 스스로 자평하기에, 새해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부단히, 새로운 목표를 자주 세우고 이루어가며 살고 있다. 마무리, 시작에 별의미를 담지 않는 나름의 이유다.


아직 어린 아이가 있기에 '새해 첫날'은 다르기 위해 노력은 한다.


집에만 있는 것보단, 밖에서 기운차게 시작했으면 하는 아빠의 바람도 담아서 머리도 굴려본다.


작년, 그 작년에는 무엇을 했나 살펴보니 다행히 일기가 남아있다.



2019.1.1.

휴직 중인 아빠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휴일이다.

그래도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날이니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 무엇이라도 해볼까 생각한다.

밥을 먹으며, 바람도 쐬고 산책도 하면 좋을 것 같아 인근 도시인 공주에 있는 '공산성'을 다녀오기로 한다.

그렇게 새해 첫 나들이 계획을 세웠더니, 딱히 이유는 없는데 슬슬 잠이 온다. 마음 편히 낮잠이나 한숨 자면 딱 좋을 만큼 몸이 찌뿌둥하다. 슬쩍 눈치를 보니 녀석도 잠은 무지 오는데 꾹 참고 있다. 그래서 잠시 녀석을 바라보며, '아빠, 잠 와'라고 얘기하기를 기다려 본다.

그랬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녀석의 선물을 받았다. 녀석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요"라고 하더니, 소파에 있는 아빠에게 달려와 뽀뽀를 한다.

그러더니 "아빠, 우리 같이 가지고 놀까"라며 장난감을 가리킨다. 녀석은 아빠와 같이 놀고 싶은 것이다.

새해 첫날부터 낮잠이나 자려 했던 아빠는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들과 함께 놀이를 시작한다. 그렇게 2019년의 첫날을 시작한다.


예상은 했지만, 비슷한 패턴이다.


5년전에도 그랬구나. 아이를 위해 뭐라도 할까, 고민했고 아이를 위해 뭐라도 했구나.


똑같은 새해 첫날이지만 그날의 아이는 어렸고, 오늘의 아이는 제법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여전히, 영원히 아이의 아빠다.


아들, 밖으로 나가자! 아빠랑 같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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