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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May 27. 2023

저 퇴사하겠습니다.

월급쟁이 직장인 드디어 꿈을 향해 한 발 나아갑니다.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후임자 정해주시고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주십시오."


이 말 한마디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정말 속이 답답했다.


퇴사는 해야 하는 것이야, 퇴사할 거야, 퇴사가 꿈이야 속으로 얼마나 반복을 했는지 수없이 수천번 다짐하지만 실행을 못했다.


나는 어느덧 작은 강아지가 되었다. 그렇게 학습해서 길러지고 순응하는 얌전한 강아지 몇 번을 짓었지만 뭐 하나 바뀌지 않는 환경에 좌절과 포기만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회사업무를 통해 배운 지식이나 어떤 능력을 기대했었다. 


막상 8년을 다녀보니 남는 건 통장 잔고였다. 그렇다고 미래가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냥 평온함 속에 안주하는 사람만 가득했다. 어쩌면 저렇게 다들 잘 맞지? 


물론 회사 다녀서 결혼도 하고 돈도 모으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3년 월급 명세서를 보니

연봉이 똑같았다. 내가 종사하는 분야, 산업이 기울었다. 나쁜 시그널이었다.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나가서 먹고 살거리 다시 고민해 보자. 한 번 해보자. 이게 내 최종 생각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8년이란 세월 너무나 짧았다. 생각보다 금방 갔다.


10년 20년 그렇게 끌려다니듯 살면 어느새 늙어있겠지, 이제는 내 의지대로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


축구공이 발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늘 저만치 멀리 있었다. 


헛발질의 연속이었고, 쉽게 뺏겼다. 


나는 일을 잘 못했다. 적성이 맞지 않고 관심이 없다 보니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일을 효율적으로 끝내고 내 시간을 확보하는데 머리를 썼다. 퇴근하고 업무에 깊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싶지 않았다. 내 눈과 사고는 늘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내 시간을 더 이상 버려서는 안 된다. 플랜 B라는 것은 없다. 내일, 아직은, 이제 곧 이런 표현도 틀렸다.


당장 지금이다. 지금 움직이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할 게 없다.


나는 스스로 말한다. 차라리 잘 됐다. 


더 다닌다고 드라마틱하게 조직에서 승부 날 것도 아니니 그리고 그렇게 거부했던 직장 이제는 놓아주자. 


지금 이렇게 차분하게 글을 쓸 수 있게 해 줘 너무나 고맙다.


8년 참 다이내믹했다.


안녕 ( 2020. 3. 16 )

송길영  < '그냥 하지 말라' 본문 중 >


무엇보다 회사에 롤모델이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합니다. 계속 지금처럼 살면 몇 년 후에는 옆자리 박 차장처럼 될 것 같은데 그러기는 싫고,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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