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폴리피자 May 27. 2023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내가 글을 쓴다고? 아니 글 쓰는 게 유일한 해방구다.

2020년 3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이 지구촌을 휩쓸었다. 역사책에서 글로만 접했던 전염병이 우리 집, 내 옆집까지 파고들었다. 


나는 회사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대기업이라 입사해서 좋았던 적은 몇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취업시장에서 거머쥔 합격의 성취감. 두 번째는 번듯한 명함. 세 번째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는 것과 소개팅을 그래도 꾸준히 받을 수 있던 것.


돌이켜보니 너무나 감사하다. 진심으로...


나는 코로나로 마스크를 막 쓸 무렵, 어수선한 틈에 조용히 퇴사했다. 내가 퇴사했는지 아는 사람조차 몇 없었다. 나는 퇴사인사 메일도 돌리지 않았다. 그만큼 어수선했고 재택근무를 하느냐 마느냐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무도 내게 묻지도 관심도 없었다. 차라리 잘됐다. 당시에 나는 감정이 복잡했고 퇴사인사 한다고 여기저기 사람 만나면서 쓸데없는 소리 할 바엔 그냥 조용히 조직에서 사라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란 사람 자체 성향이 그런 듯하다. 어디서 어떻게 그런 성향과 성격이 만들어졌는지 나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퇴사 후 삶은 먹고살기 위한 고군분투하는 일상과 나를 알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자아탐색의 시간이었다.


내가 글을 잘 쓰는지 어떤지 전혀 모르지만,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주위에서 너는 입 터는 것을 잘한다. 컨설팅을 잘한다 말도 해주었다. 


그래! 나는 끊임없이 대화하고 웃고 떠드는 것을 즐기고 좋아한다. 그냥 토커티브 수다킹이다. 회사 다닐 때도 티타임이랍시고 미친 듯이 노가리를 틀곤 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왜냐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서다. 퇴사하고 나는 3년간 동굴 속에서 묵묵히 시간을 보냈다. 입이 간질거렸다.


나와의 시간을 너무 가졌나 보다 대화소재가 고갈 됐고, 이제는 세상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3년 전에 퇴사한 30대의 이야기를 쓰려고 브런치작가에 도전했다. 그리고 떨어졌다. 떨어져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작가가 됐다. 


얼마나 바뀐 게 있길래 그때는 안되고 지금은 되는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인데 누군가는 내가 변했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어떤 이야기를 글로 쓰면 좋을까 딱히 고민은 안 한다. 인기 없는 작가여도 좋다. 그래도 작가다. 백수 탈출 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니 감사하다. 


나는 어디 가서 내밀 명함도 사라졌고, 누굴 만나 나를 소개하는 것에 낯설다. 나를 대변할 신분이 없다. 자동차 보험 갱신 중에 상담원 직원이 나를 백수라고 불렀다. 그렇게 정의하더라.


나는 백수다. 그리고 지금은 육아와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30대 아빠고 글을 쓴다. 그리고 주식투자 한다고 경제신문도 읽고 투자도 해본다. 그냥 그렇게 산다.


그래도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기쁘다. 이 또한 내 삶의 소중한 성취다. 무엇보다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가 된다. 


뭐랄까 미동은 없으나 잔잔히 넘실대는 파도처럼 작은 물결이 흐르고 흘러 어디론가 향하는 여정이랄까.


정지우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본문 중 >


한편 삶이 견디기 힘들 때, 팍팍하고 답답할 때, 도무지 내 삶이 올곧게 정돈되어 조화롭게 나아간다는 느낌이라곤 들지 않을 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글쓰기는 이 현실에 대한 도피로 종종 활용된다. 그럴 땐 단지 이 현실을 견디기 위해, 조금은 잊기 위해 글을 쓴다.
작가의 이전글 저 퇴사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