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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May 27. 2023

흔적 남기기, 기록하기.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 부정하느냐는...

8년의 직장생활을 끝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입사 동기들은 10주년 재직기념 감사패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10년을 한 조직에서 변함없이 다닌 것도 참 대단하고 축하해주고 싶다. 


10년이란 시간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1학년인셈이다. 


초등학생 때 빨리 중학생이 되고 싶었고, 중학교 가선 빨리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생...


그렇게 빨리 되고 싶기를 갈망하는 그 기간이 10년이란 세월인데, 직장생활 10년은 눈 깜짝 정도가 아니라 삭제된 것 같다. 


나는 퇴사하고 동네 스터디 카페를 끊었다. 혼자서 차분하게 나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사회생활 하면서 쌓인 인간관계의 피로감과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전화, 밤 낮 주말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팀 단체 대화방에 나는 산산이 흩어져 조각나있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형성된 나의 자아, 생활습관, 사고방식, 가치관 등 모조리 중간 점검을 하고 싶었다. 


그간 저축해 둔 돈과 퇴직금이 있으니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인생을 돌이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자격증 공부와 독서를 했다. 


혼자 침묵하는 시간은 오롯이 내 인생을 돌려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을 떠올렸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겪게 되는 인생의 이벤트도 생각했다. 


10대 20대 그리고 사회생활 하면서 겪은 경험과 나의 생각들을 찬찬히 차분히 살폈다.


추억과 기억은 희미해지고 옅어지고 왜곡되거나 미화된다. 때론 소중한 사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첩을 들춰보고 그 시절 내가 썼던 글을 본다. 혹은 어떻게든 그 당시를 잊지 않고자 남겼던 기록물을 본다.


어느 시점에 내 인생이 토막 난 것처럼 단절 된 시기가 있다. 당시에는 내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를 존중하지 못했나 보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나 스스로 존중한다면 인생의 발자취는 모두 기록될 것이다. 그 기록 안에 내용이 좋든 안 좋든 모두가 내 삶이다.


나는 내 흔적 찾기에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인생의 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나에게 좋은 가치관을 세웠고 이것을 내게 심기 위해서는 내 삶과 내게 쌓인 생각이나 습관을 부정해야 했다. 그렇게 나를 리셋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가장 필요한 작업은 기록이다. 대학생 때 기록에 서툴렀고 그런 습관도 없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살았다. 그날 해야 할 과제나 중요한 일에 대한 기록뿐 내 생각이 담긴 글이 없었다. 아쉽다. 


이제 막 20대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매일 같이 눈 뜨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하루가 우리의 소중한 인생의 순간이고 삶이다. 


그 찰나에 내가 느낀 생각이나 감정이 굳히고 굳혀 내가 완성된다. 그러니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귀찮다면 그날의 감정이라도 남겼으면 좋겠다.


과거를 떠올리려 애써도 기억이 드문드문 난다. 더욱더 기록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특히 회사 다니며 일에 쫓기고 상사에게 쫓기고 마감 기한에 쫓기고 그러다 보니 기록이고 뭐고 없다. 


회사를 떠나려고 짐정리 하면서 발견한 수첩 몇 개가 그래도 나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일한 흔적이자 보물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흔적 남기기에 시간을 쓰고 정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생경하게 느끼고 싶어서다. 


아직은 삼십 대 후반이지만, 퇴사하고 깨닫게 된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이 있다. 


좋든 싫든 그 모든 게 내 삶이고 그 자체가 나다. 나를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내가 걸어온 발자취와 생각 그리고 감정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나는 3년 다이어리를 사서 퇴사 후 내 인생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 20년 21년 22년 이렇게 기록을 남겼고, 올해 한 권 더 샀다. 이 일기장에는 앞으로 3년의 인생 여정이 남긴다. 


기록하면서 내 인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를 마주하게 되고 정확히 나를 인식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내가 어디쯤에 와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사고의 흐름을 좇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가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었다.


일기를 쓰는 것은 작지만 아주 강력한 힘이 되는 습관이다. 


정지우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본문 중 >


글쓰기는 모든 삶을 위안받기를, 그의 삶이 보다 나은 쪽으로 인도되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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