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폴리피자 May 28. 2023

8년의 직장생활 회고(1)

입사와 사회생활 그리고 퇴사 결심에 이르기까지...

한 번은 이곳 브런치스토리에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나의 사회생활을 남기고 싶었다.


퇴사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바라본 나의 과거 회사생활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미화된다. 어쩌면 8년의 세월을 거슬러 글로 쓰다 보면 아름다운 추억정도로 포장되겠지만 그래도 써본다.


대학교 졸업 후 국내 대기업 유통회사에 입사했다. 당시에 나는 전형적인 문과생으로 입사 원서를 쓰면 낙방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합격한 곳이 유통업이었고 그렇게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다.


나는 식품소비재 상품을 발굴하고 개발하고 매장에 입점시키는 바이어라는 일을 8년간 했다. 총 8년의 기간 중 매장에서 1년 6개월을 제외하면 본사 사무실에서 사무업무와 외부출장으로 분주히 보낸 기간이 6년 6개월이다.


점포에서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마트일을 몸으로 체험했다. 머리를 쓸 일이 별로 없다 보니 몸은 늘 피곤했고 현장에 머무는 내내 온갖 생활 소음에 시달리니 늘 정신이 산만했다. 현장은 시장보다 더 다이내믹했다.


당시에 나는 멘붕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일도 고되지만 그냥 낯선 환경과 사람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래도 인생에 둘도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또 할만한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한 번은 상품권을 외부에 팔러 다녔다. 정말 운 좋게 무작정 찾아간 한 회사에서 6천만 원어치 계약을 해주셨다. 참 짜릿했다. 딱히 설득의 과정이 필요 없었고 때마침 상품권 구매를 희망하던 순간에 내가 찾아갔을 뿐이다. 나는 그 공로는 인정받아 상도 받았다. 아주 짧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런 성취감에 회사 다니나 보다.


본사에 발령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무원 생활을 했다. 그러나 내 업무의 성격상 전국 팔도를 돌아다녀야 했고 막내 생활에서 벗어나자마자 차를 끌고 외부 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2박 혹은 3박은 늘 모텔에서 지냈다. 기차 타고 돌아다닌 날도 많았고 고속버스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길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나는 현타가 밀려왔다. 내 소중한 인생 이렇게 길바닥에서 이동하다 다 버려지겠구나...


이게 나의 일이고 내가 회사로부터 계약해서 월급을 받는 이유다. 이 일을 하라고 나를 뽑았고 그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나의 욕심과 진심은 조금씩 궤를 달리했다.


아! 이 일이 싫다. 내가 이걸 해서 무엇을 남기지? 나에게 어떻게 이득이지? 이것을 왜 하지?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입사 3년 까지는 사회생활 경험이라 생각하고 그냥 시키는 일 배우기에 급급했고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4년 차부터 서서히 딴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결론은 여길 벗어나야겠다. 그렇게 마음먹고 이직을 시도했다. 면접 몇 군데를 보기도 했지만 결론은 나를 원하지 않았다. 그때 소위 메타인지가 작동했다. 


아! 내가 회사에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내 능력은 무엇인지 증명하기 어려웠다. 3~4년 차 주니어가 어떤 업무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겠는가? 


그렇게 몸 담았던 팀에서 심적으로 정서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면서 조직생활의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지우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본문 중 >
예전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대했는지,어떻게 미래를 꿈꾸었는지,무엇을 진정으로 욕망했거나 간절히 원했는지를 잊거나,왜곡하거나,착각하곤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흔적 남기기, 기록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