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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May 28. 2023

직장생활 회고(2)

"라떼는 말이야..."

대부분 사회생활 초년생이 겪는 것처럼, 나도 좌충우돌 이런저런 실수하고 깨지며 혹독한 직장생활을 했다.

돌 위에서 3년이란 표현처럼 입 닥치고, 귀 닫고 네네 하며 3년은 기다리자. 이러 마음 가짐이었다.


알아도 모른 척, 나대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충성!" 이 자세였다.


한 번은 아이디어 회의차 모여서 팀 회의를 했다. 나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발언을 했다. " 제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돌아오는 한 과장님의 답변에 퇴사의 불씨는 커져만 갔다. 


"라떼는 말이야 제 생각에는 이란 표현을 써본 적이 없다", 다시 말해 네 생각이란 것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당황했고 속으로 'x 같다. 말로만 듣던 유통업 여기 진짜 헬이구나'라고 분노했다.


그렇게 상명하복식 문화와 팀원 간 갈등과 알력에 눈치 보는 사회생활이 조금씩 싫어졌다. 이렇게 솔직하지 못하게 가면 쓰고 살아야 하나? 고작 월급 300 받으면서?


나는 여전히 내 바로 위 선임과 그 위 상사에게 업무로 시달리는 신입보다 조금 위의 4년차 사원이었고 회사에 대한 불만도 조금씩 생겼다. 


출근 시간은 오전 7시 15분이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7~8시 됐다. 미친 듯이 피곤했고 가슴이 답답했다.

숨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랬나 어쨌나 조금씩 적응을 하긴 하더라.


근데 제일 싫어던 것은 뜬금포 작렬 번개 같은 회식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상사가 최소 한 팀에 30%는 절대적으로 존재한다. 


흔히들 유통업 하면 군대 같니 남성위주의 문화니 빡스 까대기니 비하하곤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딜 가나 사회생활은 까라면 까야하고 시키는 일 잘 해내면 능력자다. 토를 달거나 내 생각을 드러내면 무조건 밟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크다. 서로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싸우거나 하는 것도 자주 봤다. 본인의 이익과 승진을 위해 모인 곳이라 정말 생존을 위한 정치집단 아니겠는가... 그렇게 치열하게 싸워야 회사가 성장하고 굴러가나 보다.


어쨌든 쓸데없이 내 시간을 갖다 버리는 그런 회식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만 했고 술시중 드느라 멘털이 터지고 또 터졌다. 참다못해 중간에 도망이라도 치면 다음날 도망쳤니 어쩌니 내리 갈굼이 시작됐다.


그런 면에서 나는 사회생활을 못했고 조직생활에 안 맞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나는 늘 내 의지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며 사는 사람인데, 회사생활은 늘 억압당하는 기분이고 팔 다리가 잘린 기분이었다. 


돌이켜 보니 8년을 다닌 것도 오히려 대단해 보인다.


어느 날 회사 화장실 거울 앞에 섰는데, 내 모습이 어찌나 초라하고 참혹한 지 그때 더더욱 결심했다. 


언젠가 떠난다. 반드시...


4년 차 정도 됐을 때 잦은 회식과 오래 앉아 업무 보는 환경 탓에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팔다리는 말라가고 체구는 왜소한듯 뚱뚱한 전형적인 30대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그 한 장면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내 머릿속에 "삐뽀 뽀뽀~ "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아 이러다 찐따처럼 장가도 못 가겠다. 


그날 바로 몸관리를 하자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운동을 했다. 당시에 나는 체지방을 쳐내려고 미친 듯이 뛰고 걷고 물만 마시고 식단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탄수화물을 확 줄이고 바나나, 우유, 고구마 채소 등등 귀신에 홀리듯 다이어트를 했다. 


그렇게 6~7개월 유산소 중심의 운동으로 살을 쫙 뺐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에게 너 어디 아프냐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 스트레스 많이 받느냐 등 오히려 건강하기는 커녕 아파 보였다.


살을 뺐는데, 이건 뭐 마른 장작이 돼버렸다. 


아! 내가 너무 유산소만 했구나, 운동법을 바꾸자!


그렇게 웨이트 트레이닝 세계에 눈을 떴다. 책을 찾아보고 운동하는 영상을 찾아보고 헬스장을 옮겨 다니며 배우고 보충제 사다가 먹으며 온갖 헬스장비를 사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는 헬스의 세계에 빠졌다.


이 웨이트 트레이닝은 해본 사람은 안다.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성취감과 운동 후 느끼는 만족감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


퇴근하고 미친 듯이 몸이 피곤해도 어떻게든 헬스장을 갔다. 부스터를 먹으며 기를 쓰고 운동했다. 주말에는 서울에 유명하다는 헬스장에 일일권을 끊으며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결혼도 안 했고, 월급도 조금씩 쌓이고 헬스에 투자하는 비용이 조금씩 늘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몰입했다.


몸은 조금씩 변했지만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라이프스타일 전체가 통으로 바뀌었다.


첫 째, 술을 멀리했다. 운동은 고통을 늘 수반한다. 음주는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을 한 번에 부숴버리는 악재다.


둘째, 건강을 되찾았다. 육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회복이 됐다. 


셋째, 인내심이 생기고 자존감이 회복이 됐다.


몸 컨디션이 좋아지고, 외형이 바뀌니 스스로 자존감이 올라갔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기쁨이었다. 


그리고 멘털도 강해졌다. 어깨를 당당히 펴고 자세가 곧으니 자연히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도 달라졌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사회생활 인간관계에 조금씩 소원해졌다. 팀 회식만 있으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어떻든 빠져나가려고 기를 썼다. 심지어 내 주위 동료에게 내가 헬스에 빠져 있음을 알릴 수 없었다. 나는 죄인처럼 이것을 숨겨야 했다.


내가 헬스 해서 건강해지면, 너만 건강해지냐, 우리처럼 너도 배가 나와야지 하는 식으로 동질의식을 내세우며 나를 괴롭혔다.


특히 내 바로 위 선임은 쿨하게 운동하는 것을 봐주기 보단, 혼자만 건강 챙기냐 어쩌냐는 식으로 꼽을 주곤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운동을 한 나의 잘못이라기 보단, 회식에 빠지고 팀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나의 태도가 조직의 문화와 거리가 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했다. 조직을 택하기보단 내 인생과 나를 택하자. 돈이야 어떻게 서든 벌면 되겠지...


정지우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본문 중 >
글쓰기를 통해 삶의 다양한 측면을 얻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상명하복의 질서 속에서 살기보다는 자유롭고 싶었고, 내가 진실하게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을 듯했고, 그를 통해 사랑을 받거나 인정을 받는 것도 기대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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