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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May 28. 2023

퇴사를 위한 여정(3)

결국 나갈 사람은 나간다......

점심시간에 같이 입사한 동기와 식사를 하곤 했다.


늘 주제는 회사 이야기다. "오늘 아침부터 누가 어쨌다 저쨌다, 아침부터 화났다 "


"이 회사 진짜 내가 사표 쓰고 만다"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점심식사 내내 입사 친구의 깊은 빡침을 느꼈다.


나도 그땐 늘 텐션이 올라가 있었다. 신경질적이었고 방어적이었다.


한 5~6년 차쯤 되니 적당히 눈치도 볼 줄 알고 넉살도 좋아 직장 상사와 농담도 하면서 나름 능글맞은 유통인이 다 되었다.


매일 같이 때려치우니 많이 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의외로 우리가 알듯 말듯한 사람이 소리소문 없이 퇴사하는 경우를 봤다.


나는 오히려 회사생활하면서 느낀 좌절감. 그리고 극복하지 못한 어떤 장벽으로 인해 업무에 주눅 들기도 했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님을 직감했을 때 떠나고 싶었고 퇴사 준비를 했다.


고과도 그저 그렇고, 승진도 밀리면서 내 능력의 민낯을 스스로 마주했다.


누구는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더 큰 꿈을 갖고 퇴사를 하기도 하고, 누구는 회사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고 더 배울 것이 없어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한다.


참으로 멋지고 낭만적이다. 성공적인 인생 커리어 발전이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일을 할수록 내가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곳에 서 있구나. 나는 제대로 상사와 동료에게 인정을 못 받는 것을 느꼈을 때, 얼굴이 붉어지고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었다.


일이 적성에 잘 맞고, 열정을 가지고 주도권도 쥐고 업무의 성과도 잘 나와서 주위 동료와 직장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회사의 기대에 부흥하면 최고다. 승진도 잘 될 것이고 나아가 미래를 이끌 리더가 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아쉽게도 나는 회사에서 기대하는 인재는 아니었다.


내가 상사였어도 나를 흔쾌히 좋아하고 밀어줄 것 같지 않다.


이것은 퇴사를 하고 3년간 자기반성과 성찰 끝에 나 스스로 인정한 부분이다.


아마 퇴사할 때 보통은 회사 탓, 혹은 주위 상사나 동료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남 탓을 해봐야 나에게 도움도 안 되고 내 삶에 나쁜 습관을 준다고 가정하면, 절대적으로 내 탓으로 귀결이 된다.


물론 회사의 부조리나 갑질하는 상사, 나를 괴롭히는 동료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내 마음만큼은 그것을 탓해서는 안된다.


그런 인연을 끌어당겼던 나의 선택은 내 탓이다.


나는 입사 5년 차에 팀을 한 번 옮겼다. 전에 있던 팀에서 막 적응을 끝마치던 찰나에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너 발령 난다, 준비해라" 


"네? 어느 팀으로요? "


"응 00팀"


나는 곧장 면담을 신청했고, 발령을 거부했다. 나는 그쪽 분야에 아무런 접점이 없고 경험도 없다. 가기 싫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 네가 가야 한다 "였다.


회사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시켜주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계약서에 연봉을 확인하고 서명을 하는 순간, 너의 정신과 육체 그리고 노동에 관한 모든 의사 결정권자는 회사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곳이다.


그때 아마 이렇게 저렇게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나의 인생이 결정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새로운 곳에서 또 어떻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물론 지나고 보니 다 거기서 거기였다.


당시에 그 팀으로 간다는 어떤 두려움보다, 내 의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구나 라는 사실이 더 나에게 스트레스였다.


내가 너무 진지하고 예민한 것일까?


어쨌든 나는 발령이 났고, 새로가 옮긴 팀에 가서 적응을 서서히 또 했다. 일의 성격은 비슷해서 딱히 어려움 없이 했지만, 이미 나는 어떤 불만이 가득했고 괜히 회사가 싫어졌다.


그때부터 더욱더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미숙한 중2병 학생이었다.


앞으로 2~3년 안에 나갈 운명이니, 더 이상 움츠리지도 말고 상사 눈치도 보지 말고 내 성격대로 회사생활 해보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칼 같이 퇴근하고 헬스장 가서 더욱더 운동에 매진했다. 그런 나의 열정으로 나는 트레이너 자격증도 따게 됐다.


출장을 가도 업무시간이 끝나면 운동을 했고 더욱더 나를 챙기는데 더 열을 올렸다. 심지어 해외출장 가서도 일과 끝나면 저녁에 운동을 했고, 심지어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 헬스를 했다.


보통은 저녁에 가볍게 술 한잔 하거나 하는데, 나는 그냥 거부했다. 


말 그대로 Don't touch me.


내 일은 식품 개발을 담당하는 바이어였다. 먹어보고 조리해 보고 레시피도 짜보고 하는 일인데, 요리에 관심이 없던 나에게 이 일은 참 버거웠다.


테스트 삼아 먹어야 했던 음식들은 내 속을 뒤집어 놓았고 늘 속이 더부룩했다. 신선식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가공이 된 상태였고, 그 성분은 늘 내 몸에 반응을 일으켰다.


남들은 매일 같이 음식 먹어서 좋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먹었던 요리는 식당에서 먹는 그런 요리가 아니었다. 


입사 7년 차를 지나 8년 차부터는 새벽에 일찍 회사를 나갔다.


그 이유는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커피 한 잔 사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맑은 정신으로 꺼내든 책을 읽으면 온전히 내 머릿속에 내용이 입력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정신이 맑은 아침시간 30분 독서는 내 삶을 또 다른 방향으로 바꿔주었다.


많고 많은 책 중에 자기 계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히 부동산, 재테크, 자기경영, 등등 요즘 서점가에 가면 평대위에서 볼만한 제목의 책들은 꺼내 읽었다.


특히 퇴사의 바이블이라는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추월차선은 읽는 내내 가슴을 울렸고,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엠제이 드마코를 시작으로 팀 페리스, 보도 섀퍼 등 퇴사에 영향을 줄만한 그런 류의 책을 읽어 나갔다.


굳이 책 제목을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도 이쪽 세계에 진심으로 고민한 사람들은 어떤 책이 있고 읽어야 하는지 다 안다.


그렇게 아침 30분 독서 루틴이 1년이 다 됐을 때, 나는 결국 퇴사했다.


늘 마음만 굳게 먹었는데, 퇴사를 실행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당시에 나는 직장 생활 만 8년이 됐고, 업무적으로도 그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으며 승진 누락의 좌절도 겪고 있었다. 심적으로 지친 상태였고 인생의 변화가 필요했다. 


퇴사 이후의 뚜렷한 목표나 계획이 없었다. 다만, 퇴사라는 배수의 진을 확실히 쳐야 뭘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까짓것 나가서 고민해 보고 찾아보자. 다소 무모한 퇴사를 결국 했다. 


역시나 주위 반응은 지극히 대중적인 반응이었다.


"왜 퇴사하냐?"


"회사에서 사고 쳤냐?"


" 어디 로또라도 당첨됐냐?"


"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냐?"


"와이프와 상의는 했냐?"


" 뭐 먹고살 건데?"


누구나 하는 질문 수준에는 누구나 아는 수준의 답 밖에 없다. 그러니 행동하지 못한다.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회사 밖 마주한 진짜 현실을 접해야 비로소 내 인생이 시작이 된다.


나는 퇴사했고, 그리고 홀로 현실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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