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했더니

남일에 신경 끄기를 정중히 부탁드려요.

by 나폴리피자

퇴사 통보와 간단한 서류 작성으로 회사와 계약은 종료 됐다.


그리고 소문이 퍼졌다.

사내 메신저에서 잠깐 커피 한 잔 하자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내가 일하는 자리로 와서 조금 아쉬워하는 후배도 있었고,

왜 퇴사하는지 궁금해서 기어코 알아내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로 나는 송별 회식을 할 수 없었다.


퇴사 인사를 하러 여기저기 다닐 수도 없었다.


연일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자 수 집계에 온통 관심 쏟는 상황에서 나는 그냥 떠나는 1인이었다.


어쩌면 나조차 퇴사보다 코로나가 더 신경 쓰였다.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상황이었다.


겸사겸사 차라리 잘 됐다. 코로나로 나에게 접촉하려는 사람도 없었고, 나를 귀찮게 취조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말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스크가 차라리 고마웠다. 나는 퇴사로 심경이 복잡한데, 누군가에게는 그저 심심풀이 땅콩 같은 소재다.


나는 말을 최대한 안 했다. 왜 퇴사하는지, 뭐 먹고살지.


왜냐면, 오랜 시간 누적된 셀프 학습의 효과로 결국 내 의지대로 그렇게 내 인생이 흘러가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퇴사를 외쳤고, 끌어당겼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한 것이다.


퇴사하고 문자도 오고 전화도 왔으나 답변은 최대한 간략히 하고, 전화는 가려서 받았다.


한 번은 퇴사하고 몇 달이 지난 후에 전 직장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받지 않았다. 한 때 같은 팀원이었으나,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싫더라.


내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 하나하나가 내가 살아 있고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겉으로 아닌 척, 척, 그리고 또 척을 해야 하는 복잡 다단한 사회생활에서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온전히 나의 생각대로 표현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순간 아 자유롭다.라고 느끼는 그 기분이 얼마나 신선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좋더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사를 위한 여정(3)